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일부 갈등에도 서로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소통하자는 의미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강조했다. 경주=AP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대(對) 중국 강경파이자 친(親) 대만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에게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피해국들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정신은 계승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회담 직후 언론에 밝혔다. 양국 정상이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은 “현재 중일관계엔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고 있다”며 “일본의 새 내각이 올바른 대(對) 중국 인식을 확립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그는 1972년 중일 수교 때 발표한 공동성명 등 4건의 양국 간 외교 문건을 거론하며 “역사, 대만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고, 이같은 중일관계의 기초가 훼손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한 중일 공동성명을 내세워 다카이치 총리의 친대만 행보를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취재진에게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비롯한 경제적 압박 문제와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항해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 당국의 일본인 구속 문제,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의 인권 문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현 상황 등 구체적인 현안을 진솔하게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언급이 먼저 있었고, 지역의 안정과 안전을 위해서는 양안 관계가 원만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에서 APEC을 계기로 열린 시 주석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약 1년 만에 열렸다. 시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취임 축전을 보내지 않는 등 그동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이날도 양 정상은 웃음기 없이 기념 촬영을 했다. 니혼TV는 “중국 측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서서 대화하는 형식의 약식 회담을 하자는 입장이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등에서) 실용 노선을 보여주면서 회담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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