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마피아 조직원인 치치(왼쪽)는 타고난 재능으로 극작가 데이비드를 대신해서 희곡을 쓰고 연극을 성공시킨다. 이벤트월드 제공
우디 앨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년)에는 난폭한 마피아 조직원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희곡 작가로서 천부적 재질을 보여주는 치치가 나온다. 젊은 시절 무뢰한이었던 김만최(金萬最·1660∼1735)도 시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다음 시도 그중 하나다.
의원 집안 출신의 중인이었던 시인은 어린 시절 고아가 된 뒤 불량한 무리들과 어울리며 술김에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히곤 했다. 하지만 어떤 이가 자신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일컬으며 잘못을 넌지시 일깨워 주자 눈물을 쏟으며 무뢰배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鄭來僑, ‘金澤甫萬㝡墓誌銘’). 그 뒤 가난 속에서도 글을 열심히 읽어 시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됐다.
영화에서 치치는 보스의 정부 올리브를 브로드웨이 연극에 출연시키기 위해 극작가를 협박한다. 반면 극작가 데이비드는 마피아의 자금 지원 때문에 연기 경험도 없는 올리브를 자신의 연극에 출연시켜야 해서 불만이 가득하다. 설상가상 데이비드는 자신의 대본을 어떻게 전개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데, 리허설을 지켜보던 치치는 연극의 문제점을 단번에 바로잡아 준다. 이후 치치는 데이비드를 대신해 대본을 고쳐 쓰고 연극은 평단의 호평을 받게 된다. 치치는 연극의 마지막 문제인 올리브를 제거한 뒤 마피아에게 죽음을 맞는다.
치치가 연극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위 시도 전통적인 ‘연 따는 노래’란 주제를 능숙하게 소화해 펼쳐낸 사례다. 연을 따는 것은 본래 중국 강남지방의 옛 풍속인데, 시 속의 이미지와 모티프들은 모두 ‘연 따는 노래’(‘江南’, ‘採蓮曲’ 등)의 전형들을 솜씨 좋게 재구성한 것이다. 시인은 연 따는 여성에게 은연중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듯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중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성의 목소리로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아련하게 노래한 시인의 과거가 무뢰한이었단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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