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한 요트와 고급 시계,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샥스핀이나 제비집 등은 무슨 돈으로 사들이는 걸까. 먹고살기 빠듯한 북한 주민의 현실과 동떨어진, 김 위원장의 지시로 문을 연 11만 ㎡ 규모의 문수물놀이장(워터파크)이나 능라곱등어관(돌고래관)은 어떤 재원으로 지어진 걸까.
김 위원장의 사적 비자금을 관리하는 ‘그림자 재무부’의 존재를 폭로하는 책이다. ‘당 자금’(공적 비자금)을 관리하는 부서인 노동당 39호실과는 별도로, 개인 비자금인 ‘혁명 자금’을 관리하는 국무위원회 36국이 있다고 한다. 김씨 일가 관련 물품의 해외 구매, 김 위원장의 뜻에 따른 설비 공사 등은 전부 이곳에서 집행된다. 저자는 “2인자로 불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비서조차 이 자금에는 접근하지 못하며, 어느 기관도 감사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자는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 북한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 2019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로 일하던 중 가족과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인 그가 경험하고 느낀 점까지 낱낱이 담아 몰입도가 높다.
책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은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북한 다층의 비공식 경제, 우회 거래, 대외 네트워크, 조직 간 ‘교차 회계’를 통해 재원이 이동한다는 걸 보여준다.
김씨 일가에 관한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씨 일가에 바치는 선물은 사실상 ‘진상품’이지만 ‘정성품’으로 불린다고 한다. 진상품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올리던 특산물을 가리키는 ‘봉건적 용어’이기 때문이라는 것.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납치된 북한 의사 부부의 몸값으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요구하자, 김 위원장이 “외화가 절실한 때에 뚱딴지같은 소리”라며 인민의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김정은의 통치 방식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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