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도로는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었다. 상인, 순례자, 왕이 모두 지나는 최초의 문명 네트워크였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저자가 나폴레옹의 군사도로부터 오늘날 로마의 관광 코스에 이르기까지 2000년에 걸친 ‘로마의 길’에 대해 추적했다. 14개국을 넘나드는 현장 답사를 결합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생동감이 느껴진다. 캐서린 플레처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3만8000원 ● 나이 들고 싶은 동네
새로운 돌봄모델을 제안하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살림)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살림은 비혼 여성주의자인 두 저자의 개인적 고민에서 시작됐다. 혈연 중심인 돌봄 시스템의 한계를 맞닥뜨린 저자들이 해법을 모색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 2012년 창립한 살림은 현재 조합원 5000명을 넘기며 서울 은평구에 자리를 잡았다. 저자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손을 뻗어줄 사람들이 살림에는 있다”고 했다. 유여원 추혜인 지음·반비·2만 원
● 바깥의 사랑들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한 소설가가 가족사에 얽힌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되면서 ‘뿌리’가 갖는 의미를 되돌아봤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아시아인 어머니, 유대인계 아버지의 삶을 통해 인종과 이주민 등 문제를 조명했다. “오늘날 만연한 혈연 중심의 외국인 혐오, 파시즘의 흐름 앞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더 큰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쿄 매클리어 지음·김서해 옮김·바람북스·2만3000원
● 중앙유럽 왕국사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해당하는 ‘중앙유럽’. 4세기 고트족과 훈족을 시작으로 중세 말엔 몽골족과 오스만인에 이르는 다양한 민족이 끊임없이 점령하고 상호작용한 땅이다. 중앙유럽이 서유럽보다 일찍 민주주의와 종교적 관용을 받아들였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독특한 민주주의 전통과 귀족 문화, 20세기의 정치적 갈등에 이르는 2000년 역사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교수가 소개했다. 마틴 래디 지음·박수철 옮김·까치·3만8000원
● AI는 인간을 꿈꾸는가
미국 듀크대 교수인 저자가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흐려진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파고든다. 인공지능(AI)이 언어를 구사하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때론 공감까지 유도하는 사회에서 인간만이 법적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기업과 동물, 뇌사 환자, AI에 이르기까지 비인간의 권리를 묻는 과정에서 인간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임스 보일 지음·김민경 옮김·미래의창·3만3000원
● 노 피플 존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자가 9년 만에 낸 소설집. 상처 입고 상처 입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핍진하게 그려냈다. 실패 경험을 고백하는 ‘실패담 크루’에 가입한 30대 젊은 변호사, 경쟁 체제가 심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환자의 죽음 앞에서 딜레마를 겪는 상황 등 다채로운 세대와 계층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인간 소외의 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정이현 지음·문학동네·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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