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가 새 감독으로 토니 비텔로 테네시대 감독(47)을 선임했다.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프로무대 경험 없이 곧바로 빅리그 사령탑에 오른 건 비텔로가 최초다.
비텔로 감독은 미주리대 시절까지 선수로 뛰다 곧바로 미주리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텍사스 크리스천대, 아칸소대 코치를 거친 뒤 2018년부터 테네시대에서 8시즌 동안 감독을 지냈다.
샌프란시스코는 23일 구단 40대 감독으로 비텔로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비텔로 신임감독은 테네시대를 최근 5년 중 세 차례나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고 그 중 2024년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며 NCAA 무대에서 테네시대를 최정상의 팀으로 이끌었다. 비텔로 감독은 테네시대에서 감독을 지내는 동안 MLB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만 10명 배출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3순위로 뽑은 내야수 개빈 킬렌 역시 비텔로의 제자다.
비텔로가 프로무대를 한 번도 밟지 않고도 곧바로 빅리그 감독이 될 수 있었던 비결도 이미 그의 지도력을 빅리그 무대에서 증명한 제자들 이다.
올해 토론토를 33년 만의 월드시리즈로 이끈 핵심 전력 중 한 명인 선발 투수 맥스 셔져는 토니 비텔로 감독의 빅리그 성공을 확신하는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AP 뉴시스 3차례 사이영상 수상자로 올해 세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토론토의 맥스 셔져(41)는 비텔로의 감독 선임 발표 소식을 반긴 제자 중 하나다. 미주리대 시절 비텔로를 코치로 만났던 셔져는 “바텔로 감독이 프로 경험이 전무하다는 얘기가 분명 나오겠지만 감독님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지도자다. MLB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셔져는 “대학 시절 내가 투수로 도약할 수 있게 해준 지도자다. 지금 내 멘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셨다. 한계를 넘어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주는 분”이라며 “비텔로 감독은 선수들을 위한 지도자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싶게 만든다. 야구에 대한 감독님의 열정이 곧 구단 모든 이들에게 전달될 거다. 프로 경력이 없다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야구 부문 사장이 비텔로를 감독 후보군에 넣은 계기도 직접 경험한 비텔로 제자들의 남다른 에너지 때문이었다. 올 8월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드류 길버트는 올해 샌프란시스코 구단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에 가장 큰 활력을 불러일으킨 선수로 꼽혔다.
퇴니 비텔로 샌프란시스코 신임 감독(가운데)이 2024년 NCAA 대학 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 뉴시스 포지 사장은 9월 구단의 콜로라도 원정 경기에 동행했다가 제자들을 만나러 온 비텔로 감독을 우연히 조우했다. 그날 포지 사장은 비텔로 감독과 ‘요즘 선수들’을 주제로 한바탕 푸념을 함께 했다.
비텔로 감독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당일 포지 사장은 물론 잭 미나시안 샌프란시스코 단장과 나눈 얘기를 소개했다.
“빅리그에는 정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이지만 정작 빅리그 무대에서는 발전이 더디다. 선수들의 책임감도 줄었고 코칭이나 또 어떻게 이기는 경기를 하는가에 대한 이해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건 다 서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이 때 나눈 대화는 빅리그에서도 선수들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원했던 포지 사장이 비텔로 감독에게 기꺼이 모험을 걸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 빅리그 감독 중 유일하게 대학 지도자 경력을 가지고 있는 팻 머피 밀워키 감독도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머피 감독은 “포지 사장은 빅리그 경험이 없는 사람을 한 번에 MLB 더그아웃에 들이는 게 얼마나 대담한 선택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이 바보는 아니다. 구단은 비텔로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는 자질을 알아본 것”이라며 “구단도 충분히 조사를 하고 해낼 만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 역시 비텔로가 (프로 경험 없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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