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언어폭력, 주먹만큼 아프다…정신건강 악영향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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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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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겪은 언어폭력과 신체학대가 성인이 된 후 비슷한 수준으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발표한 대규모 세대 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아동 약 6명 중 1명이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체적 외상뿐만 아니라, 정신·신체 건강 전반에 걸쳐 평생 지속되는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불안, 우울증, 알코올과 약물 남용, 위험한 행동, 타인을 향한 폭력,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언어적 학대 역시 아이들의 신경생물학적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3명 중 1명의 아동이 언어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아동폭력 예방정책은 대부분 신체적 학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언어폭력의 위험성은 종종 간과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950년대 이후 출생한 2만 여명을 대상으로 2012~2024년 수행한 7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신체적 또는 언어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됐을 때 정신적 웰빙 수준이 낮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각 52%와 64% 더 높았다. 언어적 학대 경험이 수치상으론 더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가지 유형의 학대를 모두 겪은 경우에는, 낮은 정신건강을 보일 확률이 두 배 이상(115%)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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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1저자인 마크 벨리스 교수는 “아동기의 언어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만큼 정신 건강에 깊고 지속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화면서 신체적 학대는 줄어드는 반면 언어폭력은 증가하는 경향도 포착됐다.

신체적 학대는 1950~1979년생 사이에서 약 20%였으나, 2000년 이후 출생자에서는 10%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언어적 학대는 1950년 이전 출생자에서는 12%였으나, 2000년 이후 출생자에서는 약 20%로 증가했다. 학대 경험은 사회·경제적 취약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면서 과거 체벌, 훈육, 교육 목적이라고 여겨졌던 행위도 불허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자녀 양육, 훈육, 통제에 있어 적절한 방식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원이 부족하고 언어적 학대의 해로움에 대한 공공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체적 체벌을 줄이려는 정책이 오히려 언어적 학대로 대체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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