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금연, 2년 금주… 롱런 50대 ‘탱크’[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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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오른쪽)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담배, 술을 끊었다. 미국 댈러스 자택에서 함께 동계 훈련을 하는 주니어 골퍼와 식사하는 장면. 최경주재단 제공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오른쪽)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담배, 술을 끊었다. 미국 댈러스 자택에서 함께 동계 훈련을 하는 주니어 골퍼와 식사하는 장면. 최경주재단 제공
“애니 알코올(어떤 술)도 안 먹고 있습니다. 어느새 18개월이 넘었어요.”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53·SK텔레콤)는 며칠 전 통화에서 영어를 섞는 특유의 어법으로 유쾌하게 자신의 금주 사실을 전했다. 요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자택에 머물며 한국에서 온 골프 꿈나무들과 동계 훈련을 하는 그는 “술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았다. 운동선수로서 진작 안 해야 했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한 첫해인 2000년 초 하루 3갑까지 피우던 담배를 8개월 만에 완전히 끊은 뒤 23년째 금연하고 있다. “공도 잘 못 치는데 남들은 안 하는 담배까지 피우는 모습에 스스로 실망을 느꼈어요. 담배 끊고 술까지 안 마시니 시간 낭비 줄이고 골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최경주는 30세 전후부터 철저한 관리로 20년 넘게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PGA투어에서 아시아 최다인 8승을 올린 뒤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도 우승한 비결에는 금주, 금연도 꼽힌다. 30대, 40대, 50대에 모두 정상에 선 건 보기 드문 성과.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지난 시즌보다 9야드 늘어난 280야드 정도다.

담배, 술을 멀리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현실적으로 금연보다 쉽지 않다는 금주는 음주량만 줄여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음주를 시작하면 구강암, 식도암, 인·후두암, 간암, 직장암, 유방암 등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위험이 최대 34%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매일 맥주 375mL 2캔을 마시는 사람이 음주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 각각 8%씩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술은 열량 또한 높아 체중 조절의 훼방꾼이다. 소주 한 병(360mL)은 408Cal 정도로 밥 두 공기와 비슷하다. 술을 마시면 식욕 억제 호르몬이 덜 나와 과식을 유발한다.

술을 멀리하면 운동, 독서, 음악 등 다양한 취미 생활로 삶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잠잘 시간이 늘어나고 수면의 질도 높아진다. 지갑 부담도 던다. 최경주는 “금주하면서 훈련 효과가 커졌다. 코어 근력도 강화됐다. 몇 년째 체중 90kg이다. 올해 2승은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경주의 애창곡은 남진의 ‘빈 잔’. 비워야 다른 뭔가를 채울 수 있다며 구성지게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의 잔에 술은 채워지지 않지만 50대에도 힘차게 전진하는 에너지가 충만해 보인다.

P.S. 서구에는 새해 첫 달을 금주로 시작하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캠페인이 있다. 어느새 2월도 중순. 신년 다짐이 슬그머니 실종되는 시기다. 담배, 술의 빈자리는 그대로 남겨두시길.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금연#금주#한국 골프 전설#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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