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윤도현(53·보컬 겸 리더), 박태희(55·베이스), 김진원(54·드럼), 허준(50·기타)의 4인 록밴드 YB가 새 항해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변신이 꽤 파격이다. 이제 멤버 모두 50대 이상이 된 YB가 메탈 앨범으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모던 메탈이지만, YB가 들려준 신보 ‘오디세이’(Odyssey) 수록곡들은 듣는 이들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린다.
YB는 오는 26일 오후 6시 새 EP 앨범 ‘오디세이’를 발매하고 이어서 3월 1일과 2일 이틀간 서울 롤링홀에서 클럽 공연 ‘YB : 메탈로직’(Metalogic)을 개최한다.
‘오디세이’에서 선보이는 곡들은 모두 기존 YB를 대표하던 곡들의 색깔과는 차이가 크다. 웅장하고 무언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강렬한 사운드로 매서운 소리를 냈다. YB의 음악은 듣는 이들을 단숨에 압도했다.
록밴드 YB의 허준, 윤도현, 김진원, 박태희(왼쪽부터) ⓒ News1이번 YB의 메탈 앨범 도전은 의미가 깊다. 2년 전부터 메탈 앨범을 준비했다는 YB는 리더 윤도현의 암 투병이 영향을 줬다. 투병 중 메탈 앨범을 들으며 힘을 냈다는 윤도현은 자연스럽게 메탈에 빠져들었고 멤버들에게 메탈 앨범 발매를 제안했다.
그간 주로 경쾌한 모던록 및 록 발라드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YB였기에, 멤버들에게 윤도현의 제안은 다소 부담웠다. 하지만 마음 안에 잠자고 있던 메탈에 대한 꿈을 깨우는 계기도 됐다. 박태희는 최근 있었던 ‘오디세이’ 청음회에서 “(윤도현이) 우리 멤버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더라, 그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라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아니냐, 우리 안에 잠자던 음악을 우리와 함께 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물론 기존 연주법과 달라 부담도 됐을 터. 허준은 “많이 안 해본 음악이었다, 메탈 음악을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었다”라며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큰 도전이었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안했던 연습을 하게 되어 다른 점에서도 실력이 향상된 느낌이 있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윤도현이 메탈 앨범 발매라는 ‘큰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혼란 속에서 본 희망이 주효했다. 윤도현은 “저는 코로나19와 투병 시기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혼란이 있었다”라며 “유일하게 메탈 음악이 나를 잡아줬다, 어린 친구들이 게임하듯이 안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매일 들었다”라고 소개했다.이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거기에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는 이야기로 구성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오키드’(Orchid)는 내적 갈등의 심화와 변화를 예고하는 곡으로, 죽음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고자 하는 갈망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전체 앨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곡이면서도 약 7분으로 긴 곡이다. 그러나 청음회에서 들어 본 ‘오키드’는 7분이라는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했다.
YB는 첫 메탈 앨범인 만큼, 2년간 매일 연습하며 공을 들였다. 후배 메탈 그룹에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았고, 매일 연습을 거듭하며 메탈의 벽을 한 걸음씩 허물었다. 강렬한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등 메탈 고유의 창법을 완벽하게 소화한 윤도현이 또 한 번의 영역 확장을 이뤄내, 대중의 평가에 기대가 모인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YB 음악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파격적인 장르 변신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메탈이라는 장르가 ‘잘 팔리는’ 음악은 아니지만, 진심을 다한 앨범이기 때문에 그것은 크게 중요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메탈 장르가 기타와 드럼의 연주가 굉장히 중요한데, 굉장히 잘 달린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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