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성희롱 논란에 성별갈등 조짐…남녀아닌 가해자·피해자 문제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26일 0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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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다면 형사처분"…모든 방송 하차 청원
"여자만 엄격, 남자는 웃으면서 넘겨" 반발도
남녀 모두 가해·피해 가능…성 대결 구도 안돼

코미디언 박나래씨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됐지만, 박나래씨가 출연 중인 모든 방송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성 연예인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을 남녀 성별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박나래씨가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는 여전히 하차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성희롱 논란은 지난 23일 웹예능 ‘헤이나래’ 2회에서 시작됐다.

키즈유튜버 헤이지니와 박나래씨는 무한대로 늘어나는 ‘암스트롱맨’ 고무인형 장난감을 체험했다.

박나래씨는 속옷만 입은 인형을 두고 길게 늘어나는 인형의 팔을 테스트하면서 인형의 다리 사이로 팔을 밀어 넣고 잡아당기는 동작을 취해 논란이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제작진은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큰 잘못을 통감한다”라며 ‘헤이나래’를 폐지했다. 기존 관련 콘텐츠도 삭제했다.

성희롱 논란이 발생한 콘텐츠가 폐지됐음에도 온라인상에서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박나래씨의 방송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성별을 바꿔 적용해 남자였다면 하차가 아니라 형사처분”, “성인지 감수성 자격미달”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박나래씨 하차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똑같은 잘못을 했을 때 여자 연예인에게만 유독 박한 것 같다”, “남자 연예인들은 ‘19금드립’ 쳐도 웃으면서 넘긴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성희롱 사건을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단체 관계자는 “남자만 성희롱을 한다거나 여자만 피해를 입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성희롱은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잘못을 했고 피해를 당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 현황 및 전체 통계를 보면 전체 성폭력 상담 715건 중 대다수인 669건은 여성 피해자이지만 남성 피해자 상담도 43건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성폭력을 경험한 남성 청소년은 7190명, 여성 청소년은 6571명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건건마다 판단을 하거나 입장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희롱을 하거나, 특정 성별을 차별 또는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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