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55주년 남진 “가수는 필Feel 그게 전부다”

유지혜 기자 입력 2020-07-24 06:57수정 2020-07-2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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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데뷔 55주년…‘가왕’ 남진을 만나다

“요즘도 노래 연습하다 소름돋는 경험
열심히만 불렀던 ‘빈잔’ 지금은 절절
군복무·결혼·미국생활 3번의 슬럼프
그때마다 명곡을 만나 다시 일어섰지
트로트 열풍 다행…동료를 사랑하라”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 남진이 노래인생 55주년을 후배 가수들과 함께 기념했다. 그는 반세기 동안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사랑 덕분”이었다고 고마움을 돌렸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가수에겐 다른 말이 필요 없어요. ‘노래’면 그만이죠.”

가수 남진(74). 1965년 데뷔해 활동한 지 이제 55년째. 반세기가 넘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20집에 이르는 음반을 내고 ‘가슴아프게’ ‘미워도 다시 한 번’ ‘둥지’ 등 수십여 히트곡으로 세상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며 한 시대의 무대를 누벼온 뒤 이제 ‘가왕’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대중과 후배가수들에게 불리고 있다.

후배가수들은 55년 동안 흥과 눈물, 그리고 꿈이 되어준 선배의 행보를 되돌아보며 앨범을 헌정했다. 이자연, 설운도, 조항조, 알리, 육중완밴드 등이 1년여 동안 준비한 앨범 ‘당신을 노래합니다’를 23일 건네받은 남진의 눈빛에는 감개무량함이 가득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헌정식 무대에서 여전히 남진은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가수는 ‘필(Feel)’, 그게 전부다.”
55년. 더 오를 곳도, 새로울 것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만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남진은 고개를 젓는다. “아직도 노래 연습을 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같은 노래라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감성에 따라 “매번 다른 언어로 부르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노래는 감성, ‘필’이 전부인 것 같아요. 같은 노래를 불러도 열이면 열, 저마다 다르게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한 마디로 가수는 ‘필’을 타고난 사람들이에요. 요즘 들어 더 실감해요. 젊을 땐 그저 열심히만 불렀던 노래 ‘빈잔’을 이젠 가사 안에 녹아있는 삶을 오롯이 느끼면서 부르고 있으니까요.”

그가 매일 밤 “더 깊은 감성을 달라”고 기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전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할 때면 아리따운 여인을 떠올리며 불렀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녜요. 밭을 매는 한 시골의 아낙네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앉아서 호미질을 하는 그 뒷모습에서조차 고운 심성과 지혜로운 마음이 흘러나오는 그런 아낙네 말입니다. 노래가 매년, 매 순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때때로 미래의 내가 기대되지요.”

23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그랜드볼룸에서 가수 남진의 데뷔 55주년 기념 헌정식 '당신을 노래합니다' 행사가 열렸다. 헌정식에 참석한 남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세 번의 고비, 그리고 세 번의 행운”
데뷔 이후 줄곧 ‘스타’로만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세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 바로 “3년의 군 복무와 결혼, 결혼 이후 미국 생활”이었다. 하지만 때마다 ‘은인’들을 만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가수에겐 팬들을 만날 수 없는 공백기가 슬럼프죠. 때론 ‘다시 가수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감사하게도 좋은 노래를 만났습니다. 1972년 나온 ‘님과 함께’, 1982년 ‘빈잔’, 1999년 ‘둥지’가 그런 노래죠.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55주년 헌정무대에 오른 이날 그는 ‘가슴 아프게’의 박춘석 작곡가, ‘님과 함께’를 만든 남국인 작곡가 등을 떠올렸다. 특히 작사가 겸 작곡가 고 김중순을 ‘영혼의 파트너’로 꼽았다.

“1966년 ‘울려고 내가 왔나’의 노랫말을 써준 김중순 작사가가 나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첫 히트곡이었고, 그 분을 만나 정말로 가수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직도 노랫말이 참 많이 와 닿아요. 지금껏 만난 작사가와 작곡가를 떠올리면 과연 지금 이룬 이 성과가 내가 잘해서 된 것인가 생각합니다. 결코 아닙니다. 모두 그런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된 행운이지요.”

23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그랜드볼룸에서 가수 남진의 데뷔 55주년 기념 헌정식 '당신을 노래합니다' 행사가 열렸다. 헌정식에 참석한 김광진(왼쪽부터), 이자연, 조항조, 남진, 설운도, 진성, 알리, 육중완 밴드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후배들이 서로 의지해 나아갔으면”
최근 방송가에 불어온 트로트 열풍은 남진에게는 더없이 신바람 나는 일이다. SBS ‘트롯신이 떴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며 트로트가수로서 새로운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동안 트로트가 침체에 빠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훌륭한 후배들이 역량을 뽐낼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아 정말 아쉬웠습니다. 무대를 떠날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죠. 하지만 요즘 후배들이 다시 사랑받게 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욱 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나와서 후배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시청자들도 더욱 깜짝 놀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자부심 속에서 그는 후배가수들에게 한 마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동료애”이다. 자신이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던 것도 팬들의 사랑과 더불어 동료들의 힘과 응원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료들의 사랑이 참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가수들이 서로 사랑하고 합심해서 가요계를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선배로서 정진해 가요계를 더 빛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수 남진
▲ 1946년 9월27일생
▲ 1965년 1집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
▲ 1966년 노래 ‘가슴아프게’로 스타덤 반열
▲ 1967년 영화 ‘가슴 아프게’ 출연
▲ 1969년 해병대 입대·베트남전 파병
▲ 이후 노래 ‘그대여 변치 마오’ ‘님과 함께’ 등 발표해 인기
▲ 2012년 20집 ‘이력서’ 발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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