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치열 “소고기 먹을 때 ‘성공했구나’ 싶어요, 하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4일 06시 57분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 12년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 ‘더 포 시즌스’ 낸 가수 황치열

중국판 ‘나가수’ 신드롬 아직도 얼떨떨
옥탑방 탈출하고 소고기 맘껏 먹으니 실감
두 번째 정규앨범 전곡 작사·프로듀싱까지
무명 시절 ‘다이어리’처럼 만들었어요


“해보기나 했어? 해보고 말해!”

성공 확신이 없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어떤 일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면 “될 것도 안 된다”고 가수 황치열은 생각한다. 그런 만큼 동료 가수들이나 팬들에게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2007년 데뷔해 10년의 긴 무명시절을 딛고 가수의 꿈을 이룬 그에게 망설임은 사치다. 긴 시간 온갖 역경과 시련이 ‘쓰나미’처럼 몰아쳐왔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성공했느냐”고 물으며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는 이들에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해봤으면 말하지 말라고! 무조건 도전해보라고!”

황치열의 성공은 가요계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데뷔 이후 잇단 실패와 좌절 속에서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아이돌 가수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2015년 엠넷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목소리 하나로 주목받고, 2016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대박 가수로 거듭났다. 당시 현지에서는 ‘황즈례(황치열의 중국어 발음) 신드롬’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무명가수가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어 국내로 돌아온, 흔치 않은 일을 황치열이 해낸 거다. 최근 여섯 번째 시즌을 시작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 제작진이 ‘제2의 황치열을 찾는다’고 홍보할 정도다.

“제 경우가 특이하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저처럼 온갖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훗날 나이를 먹어 뒤돌아봤을 때 후회는 하지 말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살면서 후회할 것 같으면 그냥 하는 게 낫다.”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황치열은 불과 3년 만에 ‘극과 극’의 대접을 받고 있다. 확연히 달라진 건 좀 더 윤택해진 삶이다. 그는 옥탑방 생활을 청산하고 고급주택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선물도 줬단다.

“하하! (살림살이가)정말 많이 나아졌다. 소고기 사 먹을 때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물건을 살 때 최저가를 검색하는 날 발견하곤 한다. 음식이나 군것질거리가 남아 있는 걸 못 본다. 가난이 몸에 밴 습관이다. 사람들이 저의 측은한 모습을 많이 보지 않았나. 그래서 더 좋아해주는 것 같다.”

데뷔 후 숙원과도 같았던 정규앨범도 발표하게 됐다. 최근 두 번째 정규앨범 ‘더 포 시즌스’를 내놓기에 앞서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그는 “12년 만”이라며 감격해했다. 10곡 넘게 빼곡히 채워 앨범 형태로 선보인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12년 전에는 제가 정규앨범을 내도 들어주는 사람이나 기다린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형편이 좋지 않아 디지털음원 형식으로만 곡을 선보였다. 앨범 시장이 좋은 것도 아닌데 고집부릴 수 없는 일 아닌가. 오랜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라 엄청나게 의미를 부여했다. 하하!”

앨범은 다이어리 형태로 만들었다. 황치열의 아이디어다. 과거 힘든 시절 “병적으로 다이어리를 썼다”는 그는 당시 각종 공과금 영수증 등을 일일이 붙여가며 가계부처럼 사용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 역시 1년 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도 담겼다. 다이어리와 사계절이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사계절 들을 수 있는 11곡을 담았다. 전곡 가사를 썼고, 프로듀싱도 직접 맡았다. “경연할 때 보여드린 과한 테크닉보다는 잔잔한 여운이 남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 요즘 그런 노래가 더 와닿는다. 차분하게 내면의 슬픔을 보여드리고 싶다.”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 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황치열은 새 앨범을 내놓으며 중국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사실 황치열을 두고 ‘한한령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괜한 게 아니다. ‘황치열 열풍’이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한한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생각의 차이다. 솔직히 한한령 덕분에 신경 써서 내 앨범을 계속 낼 수 있었다. 덕분에 ‘매일 듣는 노래’라는 ‘인생곡’도 얻었다. 만약 중국 활동 때문에 한창 바빴다면 내 음악을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거다. 한한령이 풀렸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든 예능이든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다.”

● 황치열


▲ 1982년 12월3일생
▲ 2007년 2월 정규앨범 ‘치열’ 데뷔
▲ 드라마 ‘대풍수’, ‘미세스 캅’, ‘구르미 그린 달빛’, ‘화유기’, ‘미스터 션샤인’ OST 다수
▲ 2016년 한중 문화 홍보대사
▲ 2016년 제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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