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200곡 블라인드 초이스…‘이문세표 올드 발라드’ 버렸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6시 57분


이문세는 22일 열린 16집 ‘비트윈 어스’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적으로 통하는 후배들과 ‘우리 사이’에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문세는 22일 열린 16집 ‘비트윈 어스’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적으로 통하는 후배들과 ‘우리 사이’에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6집 ‘비트윈 어스’로 3년 만에 돌아온 이문세

개코·선우정아·잔나비 등 후배 가수들 작곡·작사·보컬 참여
헤이즈가 쓴 타이틀곡 ‘희미해서’…‘이문세화’에 가장 애먹어
트렌드 뒤처진 올드 발라드 아무도 안 들어…나부터 변해야죠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이문세가 꺼내든 카드는 ‘세대 공감’이다. 그저 나이가 많다고, 경력이 많은 선배라는 이유로 대접받길 원하는 ‘꼰대’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열린 마음과 자세로 대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 상대가 까마득한 후배이고 실력이 뛰어나다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열렬한 환호와 박수도 마다지 않았다. 이것이 데뷔 40년차 가수의 여유다.

그런 의미에서 22일 내놓은 16집 ‘비트윈 어스’(Between us)는 ‘이문세가 사는 법’이 담겨 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곡차곡 앨범에 담았다. 동시에 새로운 관계 혹은 새로운 세대가 낯설더라도 열린 마음을 가진 기성세대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 사이’를 뜻하는 ‘비트윈 어스’는 이문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 즉 ‘우리 사이’(비트윈 어스)에도 간극이 있듯이 음악에도 간극이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통하는 후배들과 ‘우리 사이’에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개인적으로 10월을 가장 좋아한다. 10월을 좋아해서 10월에 결혼도 했고, 이번엔 새 앨범도 내놓게 되었다”며 “무엇보다 사람관계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큰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으로, “오픈 마인드로” 후배 가수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헤이즈, 개코(다이나믹듀오), 선우정아, 임헌일, 밴드 잔나비, SBS ‘판타스틱 듀오’ 출신 김윤희 등 개성 강한 가수들이 작곡 및 작사, 보컬로 참여했다.

“이번 앨범에 곡 좀 쓰고, 가사 좀 쓴다는 후배들이 많이 참여해주셨다. 저는 익숙한데 서로는 잘 모를 수 있을 것 같아, 얼마 전에 후배들을 모아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귀한 자신들의 곡을 선배한테 선물해주지 않았나. 꼭 밥 한 끼라도 하고 싶었다. 음악을 함께 만드는 사이가 된다는 의미가 굉장히 뜻 깊지 않나. 그리고 저로 인해 작지만 음악 하는 선후배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 같아 뿌듯했다.”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후배들과 함께한 사연이나 과정도 남다르다.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희미해서’는 헤이즈가 작사, 작곡한 노래다. 놓아버리지 못해 선명하게 아팠던 기억과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 희미해져 아름다운 기억이 되었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는 “솔직히 노래를 듣기 전까지 헤이즈라는 가수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곡을 고르는 과정에서 선입견 없이 결정하기 위해 ‘블라인드 초이스’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처음에 200곡가량 받았다. 누구와 해야겠다는 선입견 없이 음악만 듣고 싶었다. 블라인드 초이스를 할 때 ‘어떻게 이렇게 음색이 맑고 섹시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충격일 정도였다. 나중에 헤이즈라는 가수를 알고 깜짝 놀랐다. 헤이즈가 쓴 곡을 어떻게 ‘이문세화’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수록곡 가운데 가장 연습을 많이 하고 애를 많이 먹었지만 그만큼 값진 결과가 나왔다. 그 선물을 헤이즈가 준 거다.”

개코가 피처링한 ‘프리 마이 마인드’는 이문세가 작사, 작곡했다. 랩피처링을 맡아줄 가수를 찾다가 개코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직접 전화를 걸어 컬래버레이션을 부탁했다. 개코의 대답도 그 자리에서 돌아왔다.

“어쿠스틱한 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뮤지션이 개코라고 생각했다. DJ로 활동했을 때도 다이나믹듀오의 곡을 많이 틀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개코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직접 전화를 걸어 ‘다이나믹듀오 시절 때부터 좋았다. 개인적으로도 팬인데 혹시 내 새 앨범 작업에 참여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개코가 ‘물론이죠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하하!”

이문세가 22일 열린 16집 ‘비트윈 어스’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문세가 22일 열린 16집 ‘비트윈 어스’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문세는 후배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앨범이 더욱 “트렌디해졌다”고 했다. ‘발라드 황제’라는 타이틀을 가진 터라 ‘이문세는 늘 이런 노래만 부를 것이다’ ‘이문세표 발라드를 불러야 할 것 만 같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이문세하면 아름답고 슬픈 발라드, 지금도 그걸 기억하실 것이다. 그걸 하면 듣지 않는다. 예전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트렌드를 쫓은 것이 아니라, 트렌디하고 싶은 것이다. 트렌디한 음악도 오래된 팬들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BTS(방탄소년단)가 세상을 강타하니까 어르신들도 듣는다. 이문세는 왜 올드한 노래만 해야 하나. 어르신들도 신곡, 세련된 곡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문세 16집 ‘비트윈 어스’에는 모두 10곡이 수록됐다. 임헌일이 작사·작곡하고, 기타 연주한 ‘빗소리’는 이문세의 열창과 임헌일의 기타 솔로가 웅장한 스케일을 합작한 노래다. ‘프리 마이 마인드’ ‘안달루시아’ ‘리멤버 미’ 등은 모두 지난 봄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