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노래도 춤도 변신…안정적 음악은 예의가 아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4일 06시 57분


가수 비가 인생의 ‘2막’을 열었다. 20대에는 독기를 품고 ‘악으로 깡으로’ 버텼지만, 서른 중반이 된 지금은 즐기면서 여유를 갖게 됐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가수 비가 인생의 ‘2막’을 열었다. 20대에는 독기를 품고 ‘악으로 깡으로’ 버텼지만, 서른 중반이 된 지금은 즐기면서 여유를 갖게 됐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 세상 다 가진 남자의 인생 2막, 비

20대는 악으로 깡으로…독기만 가득했다
한 아내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로서 행복
30대중반이 되고 나서야 주위를 돌아보게 돼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 애’로 다시 음악
타이틀곡 작사·작곡 등 새로운 도전
음악에 대한 욕심은 변함 없다…늘 채찍질


가수 비(정지훈·35)는 ‘세상을 다 가진 남자’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도 부러움과 질투, 반반이 섞여 있다. 올해 1월, ‘만인의 연인’이었던 배우 김태희와 결혼하고 10월에는 “엄마를 닮아 쌍꺼풀이 있는 딸”까지 얻었다. 트레이드마크인 그의 작은 두 눈이 실눈처럼 보일 정도로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주 행복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의 노래 제목처럼 올 한해 ‘최고의 선물’을 받은 그는 “경사스러운 일이 많았다. 좋은 일이 많아 기쁘다”고 했다. 딸과 아내의 이야기를 할 때는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도 기쁨을 감출 수 없다는 듯 연신 웃었다.

“(딸은)저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그 아이로 하여금 제 인생 2막이 열렸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그동안 나를 지켜봐준 팬들과 주위의 많은 사람 덕분이다. 사실 가족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하는 게 맞는지 여러 모로 생각이 많이 들더라. 꼭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앞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제 아이나 아내에게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의 말투나 표정, 동작에서 여유가 넘친다. 어느덧 서른 중반에 접어든 나이가 한층 성숙해진 그를 말해준다.

“혈기왕성한 20대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활동했다. 양쪽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뛰었다. 지금도 일과 챙겨야 할 게 많지만, 이제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어깨에 짊어진 부담과 긴장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준비한 음악”은 새로운 도전에 가깝다. 이전 비의 음악스타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2014년 정규 6집 ‘레인 이펙트’ 이후 3년 11개월 만에 발표한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는 댄스와 발라드, 그가 주로 선보였던 익숙한 음악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타이틀곡 ‘깡’은 현란한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와 파워 넘치는 안무가 돋보이는 노래다.

“햇수로 데뷔 16년차다.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한 음악을 하거나 상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음악을 하는 건 (가수로서)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요즘 가요시장도 ‘안정권’이라는 게 없다. 도전적인 음악을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어릴 때 원래 ‘힙합 키드’이기도 했다. 과거엔 댄스가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젠 장르음악을 해보고 싶다.”

비가 인디음악계 신인 작곡가들에게 “비 답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힙합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비가 인디음악계 신인 작곡가들에게 “비 답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힙합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레인컴퍼니

비는 신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아닌 신인 작곡가를 찾았다. 타이틀곡은 프로듀싱팀 ‘매직멘션’이 작사와 작곡을 했고, 신예 래퍼 엘탁(LTAK)도 작사에 참여했다. 자신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도전도 필요했지만, 기존에 했던 음악이 너무 싫어졌다고 해야 할까. 인디에서 주로 활동하는 신인 작곡가들을 찾아갔다. 나보다 10여살 어린 친구들에게 ‘나답지 않은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클럽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어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과 힙합을 많이 배합했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랩 ‘특훈’도 받았다.(웃음)”

그의 역동적이고 파워 넘치는 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춤조차 그동안 하던 스타일로 하고 싶지 않아” 더 폭발적이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신곡 뮤직비디오와 3일 밤 KBS 2TV가 방송한 데뷔 15주년 기념 컴백쇼 ‘2017 레인 이즈 백’(2017 Rain is BACK)은 비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드리겠다”는 그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이번 음반활동에서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많이 하지 않을 전망이다. 15주년 기념 컴백쇼를 제외하고는, 새 앨범 발표일인 1일 출연했던 KBS 2TV ‘뮤직뱅크’가 전부다.

“음악에 대한 욕심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2004년 KBS ‘가요대상’을 받았을 때보다 절실할 수도 있다. 하하!”

비는 현재 출연중인 KBS 2TV 아이돌 리부팅프로젝트 ‘더유닛’에 집중한다. 성공한 한류스타로서 후배들에게 조언과 애정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각종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가 누구를 판단하는 게 싫었다. ‘더유닛’의 취지를 듣고 옛날 생각이 났다. 열여덟 살 때였다. 오디션에서 10여 차례나 떨어지고 거절당했다. 그때 제 손을 잡아준 게 스승님인 박진영이다. 저도 한 번 실패한 친구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는 후배들을 보면서 자신을 채찍질한다. “춤이란 늘 꾸준히 연습하고 창조해야 하는 것 같다”며 “엄정화, 박진영 선배처럼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신승훈 선배와 조용한 노래로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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