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와 가수 지드래곤의 새 앨범 ‘권지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옥자’는 29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온라인 플랫폼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지만 이에 맞서 국내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앨범은 휴대용 저장매체 USB에 음원을 수록하지 않은 채 다운로드 링크 방식을 담아 앨범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시선을 자아냈다.
하지만 ‘옥자’와 ‘USB 앨범’은 이제 더 이상 논란거리로만 남지 않는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또 다른 미래의 유통방식으로서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스포츠동아가 ‘옥자’와 ‘권지용’에 주목하는 이유다.
LP부터 ‘USB앨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문명이 이끈 음악매체의 변화를 훑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송가 역시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손잡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LP로 상징되는 아날로그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음도 목격한다.》
■ 음악이 들어있지 않은 USB ‘권지용’
USB에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 링크
가온·한터, 음반 여부 해석 엇갈려
미래형 음반에 관한 새로운 화두로
지드래곤 USB앨범 ‘권지용’은 ‘음악이 들어 있지 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음반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을 불렀다. ‘권지용’에 앞서 김장훈 갓세븐 이승기 등 이미 USB앨범이 존재했지만, 모두 음원을 담았다. 반면 ‘권지용’은 링크를 통해 접속한 특정사이트에서 각종 음악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방식을 취하면서 ‘음악 저장매체’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질문을 던졌다.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는 ‘권지용’을 앨범 차트에 적용시킬 수 없는 디지털음반으로 규정했다. 한국저작권협회와 음반 집계사이트 한터차트는 앨범으로 간주하는 등 엇갈린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권지용’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음반의 정의’가 아니라, 지드래곤이 바라보는 ‘음반의 미래’다. ‘권지용’의 음악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는 오직 지드래곤 USB를 통해야만 한다는 점, 또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만 내려받아 ‘권지용’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지드래곤이 향후 새로운 콘텐츠를 해당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사용자는 이를 ‘권지용’에 추가할 수 있다.
결국 ‘권지용’은 생산자의 일방적 공급을 거부하고, 사용자가 선택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USB는 콘텐츠를 담고 비우기 가장 편리한 매체다. 단순히 음악 저장매체로 USB를 선택했다는 점만으로는 그의 시도는 새롭지 않다.
음콘협도 “‘권지용’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매체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품”이라며 “대한민국 대중음악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의미 있고, 이를 통해 CD를 대체할 새롭고 효율적인 매체로서 USB가 각광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드래곤이 제시한 ‘미래형 음반’은 현 시장에서는 분명 기존의 룰을 깨려는 시도다. 새로운 시도는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모범답안이라 믿고 있던 기존 가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한 까닭이다. 지드래곤의 시도가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단자’로 여겨지겠지만, 지지를 얻고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룰을 만들어낸다면 ‘혁명’에 성공한 것이 된다.
mp3플레이어, PMP 등 소형 파일재생기와 디지털디스크(DD) 등 저장매체가 스마트폰에 밀려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16 음악산업 백서’에 따르면 한국인 약 10명 중 7명은 CD나 DVD 같은 물리적 형태의 디스크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비율은 91%에 달했다. 스마트폰이 지드래곤 USB의 기능까지 흡수하게 되면 사장될 개연성도 있다.
지드래곤USB가 새로운 룰을 만들 것이냐, 이제 그 과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