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리메이크…‘양날의 칼’ 다시 뽑은 방송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0일 06시 57분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사진제공|SBS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사진제공|SBS
■ 다시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김희애 신작 ‘끝에서 두 번째 사랑’
편성 논의 ‘얼음의 세계’도 日 원작
실패 사례 불구 동일 문화권 ‘익숙’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작품에서 벗어나 최근 미국으로 옮겨가 ‘미드’를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늘어난 가운데 방송가가 다시 일본 드라마에 새롭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3∼4년 사이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연이어 부진을 겪는 등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왜 다시 시선을 돌렸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희애의 복귀작으로 24일 첫 방송하는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2012년과 2014년 일본 후지TV 드라마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이 원작이다. 40대 중년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 일본에서 방송 당시 화제를 모았다.

KBS가 현재 편성을 논의 중인 ‘얼음의 세계’도 1999년 일본 후지TV가 방송한 동명의 원작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다. 보험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다루며 사람의 생명을 돈보다 경시하는 세상을 꼬집고 인간의 믿음과 사랑을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안투라지’ ‘굿와이프’ 등 방송가에서 가장 먼저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를 시도한 케이블채널 tvN도 2010년 일본 NTV 드라마 ‘마더’의 판권을 구입해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엄마와 그 내연남의 폭력에 시달리는 유치원생 아이를 그의 선생님이 납치해 엄마가 되기로 한다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다. 이 드라마 역시 방송 당시 많은 이들의 분노와 슬픔, 공감 등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가 아닌 일본 인기 게임으로 유명한 ‘아이돌 마스터’도 ‘더 아이돌 마스터.kr’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최근 주인공 오디션을 마치고 제작에 돌입했다. IMX가 제작하며 현재 각 방송사와 편성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현지에서 인기 높은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원작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드라마의 주 시청층으로 끌어당기기에는 수월하지만 사사건건 원작과 비교되는 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적 환경과 정서를 바탕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점도 숙제다. ‘수상한 가정부’, ‘여왕의 교실’, ‘내일도 칸타빌레’, ‘심야식당’ 등 흥행작을 줄줄이 리메이크해 흥행을 기대했지만, 원작의 묘미도 살리지 못하고 한국식으로 바꾸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잇따라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려는 건 왜일까.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 가까운 나라로, 그 문화권도 같다. 그동안 양국이 활발하게 콘텐츠를 공유해오면서 서로의 문화를 익숙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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