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문근영 틀을 깨고 닥치는대로 ‘다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8시 00분


문근영은 아역 시절부터 쌓은 실력과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정답만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남들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길” 꿈꾼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문근영은 아역 시절부터 쌓은 실력과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정답만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남들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길” 꿈꾼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마을’ 이복자매 문근영·장희진의 새로운 발견

‘재발견’과 ‘발견’. 연기자 문근영(29)과 장희진(32)에게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마을)은 특별하다. 극중 이복자매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한때 극심한 부침을 겪은 후 이번 드라마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근영은 그동안 주연의 길을 걸어오다 힘을 빼고 다른 인물을 든든히 받쳐주었다. 장희진은 주연으로 우뚝 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독한 20대”를 보낸 두 사람은 그동안 남들의 시선에 자신을 옭아매기 바빴지만, 이제는 “부질없다”며 마음을 비웠다. 그랬더니 ‘복’이 굴러들어왔다.

주연에서 조연으로 힘 뺀 문근영

대중 기대치에 살았던 ‘문근영 틀’
착하게 보는 시선조차 힘들었죠
이젠 두려워 않고 다작할래요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사랑 받아 행복했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쏠린 기대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고민했다. 관심을 실망으로 돌려드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문근영은 지금까지 누군가가 만들어준 ‘틀’에만 갇혀 살기 바빴다면서 그 틀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도록 실제 모습까지 철저하게 감췄다고 털어놨다. 이제 그 ‘껍데기’를 깨고 오로지 ‘나, 인간 문근영’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어깨에 얹힌 짐도 가벼워보였다.

2년 만의 복귀작인 ‘마을’에서 문근영은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야기의 중심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었다. 게다가 극중 어릴 적 헤어진 이복언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역할로, 그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도 아니고, 흔한 멜로 장면 하나 없는 장르 드라마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문근영이 출연하는데 뭔가 있겠지’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후반에서야 깨달았다. 제작진도 ‘설마 문근영이 하겠어?’하는 생각에 기대도 하지 않고 대본을 줬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가 있어서 출연하고 싶다고 하면 ‘농담하지 말고, 거절할 거면 솔직하게 말해라’는 말까지 들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달려들 용기가 없었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었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이후부터 느낀 갈증이다.

“줄곧 ‘문근영이 해야’ 하는 연기만 했다. 그 틀을 깨고 싶었고, 시작은 영화 ‘사도’였다. 그동안 ‘넌 어리니까’라는 시선과 말들로 내 판단을 확신할 수 없었다. 대중의 시선에만 맞추려 살았다. 불만은 쌓여 가는데 도저히 해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용기를 내 욕심도 부려가며 능동적으로 찾아가려 한다.”

문근영은 인터뷰 내내 ‘틀’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그 ‘틀’에 갇혀 사느라 “환하게 빛났어야 할 20대”를 너무나도 힘들게 보냈다고 했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어린신부’를 통해 얻은 ‘국민여동생’ 타이틀은 큰 짐이 되었다.

“그때는 실수를 해도 되는 나이였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치에 따라 실수도 하면 안 됐고,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야 했다. 연기도 그랬고, 생활도 잘 해야 했다. 그래도 본전이었다.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잘 해야 한다는 노력조차 힘들었고, 착하게 보는 시선도 싫었다.”

이런 고민을 10년 이상 하면서도 여전히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롭게 다가올 30대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남들 시선 두려워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다작’을 하는 배우가 될 거다. 움츠렸던 20대를 훌훌 털어버린, 꽃보다 아름다운 30대에 말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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