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 여성동아] 오뚜기 ‘상속녀’ 함연지, 뮤지컬 무대 오뚝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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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8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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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식품업체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가 올 초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연예인 주식 부자 5위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데뷔하자마자 대작의 주연을 맡았던 데다 하루 아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그녀를 직접 만났다.

‘취향은 달라도 카레는~’. 얼마 전까지 TV에 방영됐던 오뚜기 카레 광고의 낯익은 CM송이다. 임태경, 마이클 리 등 유명 뮤지컬 가수들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귀가 즐거우면서도 뮤지컬 가수들이 왜 카레 광고를 찍었는지 의문을 가졌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외동딸 함연지(23)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한성호 FNC 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용준 키이스트 최대주주 등에 이어 연예인 주식 부자 5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궁금증의 실마리가 풀렸다. 임태경 등과 함께 광고에 등장했던 여주인공이 바로 함연지이기 때문이다. 예원학교와 대원외고를 거쳐 미국 뉴욕대 타시예술대학 연기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올 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역을 맡아 뮤지컬계에 데뷔한 데 이어 최근 막을 내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도 마리아 역을 거머쥐었다. 카레 CF는 ‘지저스…’ 팀과 함께 촬영한 것이다.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함영준 회장의 1남 1녀 중 둘째인 함연지는 현재 오뚜기 주식 4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3백66억원 상당. 하지만 오뚜기 비상장 자회사의 주식을 더 보유하고 있어, 실제 자산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스칼렛 역을 맡은 순간부터, 함연지는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뮤지컬은 그 어떤 공연 장르보다 마니아들이 많다. ‘뮤덕’이라 불리는 이들은 같은 공연도 캐스트를 달리해 여러 번 관람한 뒤, 어느 공연이 좋았는지 비교 분석하기를 즐긴다. 이 때문에 공연을 끌고 가는 타이틀 롤을 맡으려면 탄탄한 실력과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 배우가 여주인공을 맡는 건, 사실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함연지가 지난해 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캐스팅 당시, 오디션을 통해 3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에 발탁됐다는 소문이 나자 많은 이들이 뮤지컬계에 천재 신인이 탄생했다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이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천재 신인’이라는 찬사는 쏙 들어갔다. 성량이나 발성이 부족하고, 연기력도 어색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녀가 등장하는 회는 피해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 무렵 그녀의 집안 배경이 알려지면서, 한 뮤지컬 마니아 사이트에선 이름 대신 ‘뚝’(‘오뚜기’의 줄임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도 비슷한 평가였다.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수자 역을 맡은 함연지. ‘무한동력’은 미생조차 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연지.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수자 역을 맡은 함연지. ‘무한동력’은 미생조차 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연지.

뮤지컬 혹평 딛고 소극장 무대에서 다시 시작
앞서 두 공연으로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함연지는 대학로로 방향을 틀었다. 대형 공연보다 작은 무대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녀는 9월 4일부터 티오엠 1관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무한동력’의 한수자 역을 맡았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직 미생도 되지 못한 취업 준비생들의 웃픈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 박희순의 연출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공연에서 그녀가 맡은 한수자는 취업 준비생들의 아지트인 하숙집의 딸로, 한번 돌기 시작하면 연료 공급 없이 에너
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현실적인 기계인 무한 동력기를 만드는 일에 20년째 빠져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일과 하숙집 운영까지 도맡아 하는 당찬 여고생이다.

9월 17일 프레스 콜 무대에 오른 그녀는 극 중 배역이 크지 않아 부담이 덜해서인지, 노래나 대사 전달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듯했다. 연기의 톤이나 동선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비교적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에 녹아들었다. 네티즌들의 공연 후기에도 ‘전작들의 연기 평이 안 좋아서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이 대세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어서인지, 1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작고 귀여운 스타일에 목소리까지 앳된 그녀는 ‘무한동력’에 출연하는 소감을 묻자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하고 좋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목소리에 애교가 실렸다.

“아빠, 엄마, 오빠가 다 보러 왔는데, 모두 재미있다고 하셨어요. 공연에 캐스팅되고 나서 아빠와 대본을 함께 읽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초기 대본에는 ‘아빠 사랑해요’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그걸 보고 아빠가 엄청 좋아하며 ‘이 뮤지컬 참 좋은 공연이구나’ 하시더라고요.”

출연진 중 막내인 함연지는 “선배들이 언니, 오빠처럼 대해줘 정말 좋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이제 미생의 길에 들어선 함연지. 그녀가 진짜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글 · 김명희 기자|사진 ·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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