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사람들이 어설픈 역을 즐겁게 찍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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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부전선’ 설경구

영화 ‘서부전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어수룩한 말투로 인터뷰를 한 설경구는 “‘공공의 적’ 촬영 뒤에는 한동안 강철중의 교과서체 말투를 구사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화 ‘서부전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어수룩한 말투로 인터뷰를 한 설경구는 “‘공공의 적’ 촬영 뒤에는 한동안 강철중의 교과서체 말투를 구사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설픈 사람들이 어설픈 환경에서 어설픈 캐릭터를 즐겁게 찍었습니다.”

배우 설경구(47)는 24일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에서 40대 국군 졸병 남복을 맡아 북한군 졸병 영광(여진구)과 티격태격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 남복과 영광은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들만의 전쟁’을 한다. 비밀문서 전달 임무를 맡은 농사꾼 출신의 남복과 탱크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은 학생 출신의 영광은 영문도 모르고 전쟁에 끌려온 어수룩한 인물들이었다.

설경구는 “초반 촬영현장엔 중요한 소품인 탱크가 없었고, 나중에 온 탱크도 2% 부족해 모든 상황이 어설펐다”며 “총도 쏠 줄 모르고 전쟁터에 던져진 남복과 영광의 처지가 현장 상황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서부전선’은 지난해 866만 관객을 모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쓴 천성일 감독의 ‘감독 데뷔작’이다.

“‘전쟁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 천 감독 말처럼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는 영화에서 중심선을 잘 잡아 보려 노력했습니다.”

민간인이나 마찬가지인 남복과 영광이 각자 임무만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어설픈 고군분투는 자체만으로 코미디가 된다. 그러나 설경구는 “코믹스럽게 풀긴 했지만 전쟁을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던 당시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자식뻘 되는 배우 여진구(18)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노성(老聲)’에 가까운 여진구의 굵은 목소리 때문에 어린 배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진구한테 포로로 잡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천 감독이 진구와 짜고 제 뒤통수를 때리는 신을 넣는 바람에 엉겁결에 뒤통수를 맞기도 했어요. (웃음) 진구가 아직 미성년자라 촬영 뒤 술 한잔하진 못했지만 연기 면에서 엄청 치고받았습니다. 진구와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연기를 했어요.”

많은 배역을 맡았지만 설경구는 영화 ‘박하사탕’(1999년)의 김영호, ‘공공의 적’(2002년)의 강철중 형사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일상에서 쓰는 말투까지 맡은 배역처럼 바뀐다”며 “자연스럽게 연기하다 보면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오십이니까 예전처럼 뛰고 구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배역에 빠져 예전 못지않게 뛰고 구르고 있더라고요. 당분간은 계속 그렇겠죠. 하하.”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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