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TV & 여성동아] 우아함과 물광 버린 김희애,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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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9월 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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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하면 떠오르는 말투와 몸짓, ‘피부’가 있다. 이것들을 아우르는 수식어가 있으니 바로 ‘우아함’. 그렇기에 이번 연기 변신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총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열혈 형사로 돌아온 김희애의 ‘터프한’ 도전.



김희애(48)의 변신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친구의 남편을 유혹한 ‘내 남자의 여자’의 팜 파탈 화영(2007), 안락한 현실보다 비극적 로맨스를 선택한 ‘아내의 자격’ 속 대치동 유부녀(2012), 스무 살 연하남과 격정적 사랑을 나누는 ‘밀회’의 기획실장(2014) 모두 김희애이기에 더욱 빛난 캐릭터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한 SBS ‘미세스 캅’은 김희애의 34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터프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드라마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김희애가 쌓아올린 ‘우아한’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도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그를 향한 의구심은 단숨에 잦아들었다.

극 중 냉철한 카리스마와 능수능란한 수사력을 겸비한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팀장 최영진 역을 맡은 김희애는 드라마 첫 회에서부터 터프한 경찰과 모성애 강한 엄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숙제였을 액션도 문제없었다. 하수구를 뒹굴며 범인을 검거하고 걸쭉한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는 김희애의 모습은 어색하기는커녕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워킹맘의 고충과 애환을 그린 장면에서는 따뜻한 감성 연기로 안방극장을 촉촉하게 적셨다. 1회에서 영진은 범인을 검거하느라 유치원생인 딸아이의 학예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엄마 얼굴이 보고 싶어 도둑질을 했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진지하게 사직을 고민하기도 한다.


‘배우 인생 끝일 수도 있다’는 각오로 도전
김희애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라고 한다. 그는 지난 7월 말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첫째도 대본, 둘째도 대본이었다”고 밝혔다.

“제 나이를 생각하면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남편을 뺏기는 역이나 엄마 역할이 대부분이죠. 제 나이에 이렇게 활동적이고 한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역할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데다 대본을 보고 처음 접하는 캐릭터라는 점에 확 끌렸어요. 그동안 많은 형사들이 있었지만 나이 많은 아줌마가 총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게 신선했죠. ‘이번 작품을 끝으로 (다른 작품에서) 안 불러주면 할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게 됐어요.”

이어 그는 자신의 연기 목표를 “가늘고 길게,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밝혀 좌중을 웃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배우라고 느끼는 건 최근 들어서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지 않는 동안에는 나 스스로 배우라고 느끼지 못하고 철없이 살았던 것 같다. 이제는 일상에서도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경찰로서는 100점, 엄마로서는 빵점인 영진의 처지와 비교해 김희애는 같은 워킹맘으로서 어떤 엄마인지 궁금한데, 그는 “나 역시 집에서는 한없이 부족한 엄마다. 하지만 아이들은 손이 닿을수록 망가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간섭하지 않고 강하게 키우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1, 중3인 두 아들을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실제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희애는 “아이들 키우는 게 항상 힘이 들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잘 아실 거다”라며 사춘기 자녀를 가진 엄마로서 어려움을 전했다.

매 작품에서 세련된 스타일링을 선보여온 김희애는 이번에는 노련한 경찰 캐릭터에 맞게 셔츠와 아우터를 활용해 매니시한 ‘여형사 패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물광 메이크업 대신 땀범벅의 민낯을, 스커트 대신 팬츠를,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선택했지만 그의 우월한 자태는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여전한, 아니 오히려 나날이 진보하는 미모와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 내공까지, 김희애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여배우다.
She Wears


2007 ‘내 남자의 여자’
학창 시절 별명이 ‘스칼렛’이었을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현실적인 성격을 가진 40세의 성형외과 의사 화영을 연기했다. 고등학교 친구인 지수(배종옥)의 남편(김상중)과 과감하고 거침없는 불륜을 저지르는 화영은 집에서 김상중과 함께 있을 때는 섹시한 란제리 룩을, 일상에서는 과감한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원피스를 즐겨 입었다.

2011 ‘마이더스’
재벌가의 딸이자 정 ·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사업가로 분한 김희애.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브라운 등 차분한 컬러의 고급스러운 커리어우먼 룩을 연출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라인의 스커트·팬츠 슈트나 원피스, 재킷 등을 매치해 전문직 여성의 지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2012 ‘아내의 자격’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주부 역을 맡았던 김희애는 평범한 유부녀 캐릭터에 맞춰 무채색 코트와 니트 카디건으로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과 세련미를 보여줬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수수하고 깔끔한 데일리 웨어 스타일은 주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2014 ‘밀회’
예술재단 기획실장이란 커리어에 맞춰 럭셔리하면서 우아하고, 연하남에게도 어필할 만한 섹시미를 동시에 지닌 의상과 액세서리로 화제를 모았다. 스트레이트로 떨어지는 매니시한 재킷과 팬츠, 레이스 드레스 혹은 심플한 실루엣에 허리를 강조한 아이템으로 럭셔리 룩을 완성했다.

글 · 김유림 기자|사진 ·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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