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성대했던 중국영화의 밤, 초라했던 한국영화의 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8일 07시 05분


지난 18일 영화 진흥 위원회 주최로 칸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모습.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지난 18일 영화 진흥 위원회 주최로 칸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모습.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제68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이던 20일(이하 한국시간), 칸의 한 최고급 호텔에서 중국영화의 밤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 최대 제작 규모를 자랑하는 완다그룹과 화이브라더스 등 중국 영화관계자들은 매년 4월 열리는 베이징국제영화제를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측은 경비행기를 띄워 유럽에 머무는 배우들을 초청하기까지 했다.

아시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부산국제영화제도 그 사흘 전 한국영화 관련 행사를 펼쳤다. 자리는 조촐했다. 각국 영화인과 교류하며 정보를 나누고 이를 통해 부산에 초청할 영화와 감독, 배우와 사전 교감을 나눠야 하는 자리였지만 올해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기간 칸에 머물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관계자들은 모두 불참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이제 불과 5회째인 베이징국제영화제가 칸에서 연출한 상반된 모습이다. 한쪽은 정치적인 외압 논란 속에서, 또 다른 쪽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화려하다 못해 성대하게, 각각 관련 행사를 치렀다.

중국 그리고 베이징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지켜본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부산은 이미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칸에서 만난 김 위원장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이 8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이유를 재차 묻자 나온 반응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외압의 논란을 외면하고 있는 영진위의 행보에 유감이 드는 이유다.

영진위가 이번 칸 국제영화에서 해외 관계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한국영화의 경쟁력도, 성장가능성도 아니다. 한국 로케 해외영화의 촬영 비용 중 최대 3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인센티브 지원 사업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관련 문구를 적은 가방까지 제작해 배포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 로케와 관련해 그 경제적 실효에 대한 갑론을박이 제기된 국내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