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딸과 함께 만난 배우 엄태웅의 설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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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고 배려하는 마음 배웠죠”

“세배를 하기엔 너무 어려요.” ‘순둥이’ 지온이도 한복을 입고 낯선 환경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게 쉽진 않았다. 게다가 아빠 엄태웅에 따르면 “요즘엔 슬슬 자아가 생기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서 새해 인사는 아빠에게 맡기고, 양 인형과 함께 좋아하는 빵을 먹기로 했다. 한복 협찬 : 박술녀한복.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세배를 하기엔 너무 어려요.” ‘순둥이’ 지온이도 한복을 입고 낯선 환경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게 쉽진 않았다. 게다가 아빠 엄태웅에 따르면 “요즘엔 슬슬 자아가 생기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서 새해 인사는 아빠에게 맡기고, 양 인형과 함께 좋아하는 빵을 먹기로 했다. 한복 협찬 : 박술녀한복.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부모가 되는 경험만큼 인생에 큰 변화를 주는 사건이 있을까. 적어도 배우 엄태웅(41)에겐 그랬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엄포스’라고 불렸던 그는 요즘 ‘울보 아빠’가 됐다. 새해부터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 딸 지온(2)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그는 두 살배기 딸을 돌보던 중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불쑥불쑥 감격의 눈물을 쏟는 감성파 ‘딸 바보’로 나온다.

설 명절을 앞두고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한 카페에서 엄태웅 부녀를 만났다. 지온이는 평소 사람을 잘 따르고 누구에게든 잘 웃어줘 ‘순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긴 팔다리는 발레리나인 엄마(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윤혜진)를 닮았지만 얼굴은 아빠의 어린 시절 판박이라고 한다. 엄태웅은 “아이를 키우면서 몰랐던 세상을 새롭게 알게 된 느낌”이라고 했다.

―‘슈돌’에서 눈물을 자주 흘리더라.

“원래 감성적이긴 한데, 지온이를 보면 유난히 울컥거린다. 아내의 임신 초기 심장 박동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 놀랍고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 키울수록 더한 거 같다. (차)태현이에게 얘기하니까 첫애라 그렇다는데, 어쨌든 정말 감사한 경험이다.”

―지온이가 방송에 잘 적응한 것 같다.

“아이가 낯가림이 없는 편이라 스태프들과 금세 친해졌다. 사실 방송 출연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2박 3일 동안 오롯이 홀로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더 많이 알 수 있고,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출연하길 잘한 것 같다. 누나(엄정화)도 처음 지온이와 함께 예능에 나온다고 했을 땐 ‘배우인데 아빠 이미지가 너무 강해진다’면서 걱정했는데 이젠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하더라. 방송 아니면 내가 아이 데리고 문화센터에 가서 다른 부모와 만날 기회가 있었겠나.”

―아버지가 된 후 변한 게 있다면?


“배려심이 생겼달까. 이전까지 나는 배우로서 정체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늘 내 위주로 스케줄을 진행해서 아내가 불만이 많았는데, 아이 낳은 후에는 좀 변한 거 같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가 지온이를 귀하게 생각하듯 어떤 사람이든 그 부모에겐 귀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쉽게 미워하거나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 배우로서도 이제 아버지 역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감정이 풍부해진 것 같다.”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

“아버지가 내 100일 전에 돌아가셔서 기억이나 롤 모델이 없다. 어린 시절 공중목욕탕에 가면 아버지와 함께 오는 기분이 어떨까 생각하곤 했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많이 배워야 할 거 같다. 다만 그저 지금 생각은 오랫동안 아이 곁에 있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온이의 친가, 외가에 유명 예능인이 많다. 아빠는 배우, 엄마는 발레리나, 고모(엄정화)도 가수 겸 배우, 외할아버지(윤일봉)와 외할머니의 남동생(유동근) 역시 배우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하길 바라나.


“지온이가 양가의 유전자(DNA)가 응집된 최신판인 건 맞다. 고모 노래 ‘배반의 장미’를 몇 번 틀어줬는데 너무 좋아하면서 몸을 흔드는 걸 보면 흥이 많긴 하다. 다만 어떤 일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긴 이른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더 큰 욕심을 부린다면, 사랑받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설이다. 올해 설 명절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결혼 전까진 생일을 비롯한 명절을 특별히 챙겨본 적이 없다. 친척이 많지 않아서 설이면 아침에 아버지 차례 지내고 식사한 게 전부다. 아이와 함께 처가를 가는 것 외엔 이번 설도 비슷한 일정이다. 다만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니까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는 게 있다. 전에는 명절을 비롯한 가족 행사가 그저 귀찮았다면 이제는 인간의 도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점점 깨닫는 게 많아진다.”

―새해 바람은? 혹시 지온이 동생 계획은 없나?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면 좋겠다. ‘슈돌’ 출연 외에 아직 새 작품 계획은 없는데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지온이 동생 계획은) 지금으로선 반반이다. 지온이가 크는 걸 볼 때마다 너무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들 둘째를 낳는구나 싶긴 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엄태웅#설#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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