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풍광아래 호쾌한 전투… ‘호빗 대장정’ 화려한 피날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17일 개봉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서 트롤을 대동한 오크족과 엘프족이 전장에서 대치한 장면. 호빗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들과 인간, 난쟁이, 마법사 등이 어우러져 판타지 전쟁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서 트롤을 대동한 오크족과 엘프족이 전장에서 대치한 장면. 호빗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들과 인간, 난쟁이, 마법사 등이 어우러져 판타지 전쟁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이 프레셔스∼.”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3부작은 여기서 승부가 갈린 게 아닐까.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골룸이 없으니.

2001년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로 출발한 피터 잭슨 감독의 ‘중간계(원작자 J R R 톨킨이 창조한 가상세계) 6부작’이 끝에 다다랐다. 17일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개봉으로 13년에 걸친 작업이 드디어 매조지 된다. ‘해리포터’와 함께 21세기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시리즈의 피날레를 목도할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터.

하지만 국내에선 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년) 같은 열기가 재현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호빗 3편 역시 대장정의 마무리답게 화끈한 전투가 펼쳐진다. 간달프(이언 매켈런)와 레골라스(올랜도 블룸)도 여전히 매력 있다. 근데 미적지근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해외 흥행 성적에선 호빗과 반지 시리즈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지 3편은 모두 30억 달러(약 3조2600억 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호빗: 뜻밖의 여정’(2012년)과 ‘…스마우그의 폐해’(2013년) 역시 각각 10억 달러 안팎의 수익으로 20억 달러가량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국내 극장가에선 온도차가 컸다. 반지 시리즈는 1편 387만 명, 2편 ‘…두 개의 탑’ 518만 명, 3편이 596만 명을 끌어모았다. 허나 호빗은 1편이 281만 명, 2편이 228만 명에 그쳤다. 반지는 시리즈가 나올수록 관객이 늘었으나, 호빗은 줄어드는 형세다.

이는 호빗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프리퀄’이다. 뒷얘기를 다 아는 상황인지라 몰입도가 떨어진다. 국내에선 특히 프리퀄이 인기가 없는 편이다.

원작 소설도 반지의 제왕보다 박진감이 떨어진다. 반지의 제왕은 절대반지를 중심으로 선과 악이 제대로 맞붙는 깔끔한 구조인 데 비해, 호빗은 인간과 난쟁이, 요정, 오크 등 여러 족속의 이해관계가 산만하게 얽히며 느슨하다. 반지에선 주인공 프로도(일라이자 우드)가 확실히 얘기를 끌고 가지만, 호빗은 주인공인 프로도 삼촌 빌보(마틴 프리먼)의 존재감이 깃털처럼 날린다.

물론 ‘…다섯 군대 전투’는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많다. 호빗 1편부터 HFR(초고속프레임·기존 영화의 2배인 초당 48프레임) 기술로 찍어 영상이 매끄럽고 선명하다. 3차원(3D) 아이맥스 버전으로 영화를 보노라면, 장대한 풍경 아래 펼쳐지는 호쾌한 전쟁의 긴장감에 흠뻑 빠져든다. 반지 3편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1개 부문을 싹쓸이하고 1, 2편 역시 6개의 상을 거머쥔 저력은 호빗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하지만 영화 호빗은 스토리 얼개가 헐겁다. 2편 엔딩에서 큰 기대를 걸게 했던 ‘최강 드래건’ 스마우그가 3부 초반에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근사한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난쟁이 왕자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의 번뇌는 일면적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이나 전투는 치열한데, 딱 그 수준이란 점도 아쉽다. 관객은 10여 년 전 눈높이에 머물러 있질 않으니까.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변한 걸지도. 이제 긴 여정을 마친 잭슨 감독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나 보다. 먼 길 걸어온 그에게 석별의 건배를.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호빗#반지의 제왕#판타지 영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