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감독들, 중국으로 중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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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내 개봉한 한중 합작 영화 ‘위험한 관계’. 허진호 감독은 2009년 중국에서 ‘호우시절’을 촬영한것을 인연으로 ‘위험한 관계’의 연출을 맡았다. 장동건 장쯔이 장바이즈가 출연했다. CJ E&M 제공
2012년 국내 개봉한 한중 합작 영화 ‘위험한 관계’. 허진호 감독은 2009년 중국에서 ‘호우시절’을 촬영한것을 인연으로 ‘위험한 관계’의 연출을 맡았다. 장동건 장쯔이 장바이즈가 출연했다. CJ E&M 제공
한국의 중장년 감독들이 중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영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 진출한 감독은 10명이 넘는다. 선두주자는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55). 곽 감독은 중국에서 로맨틱 코미디영화 ‘나의 여자 친구는’과 ‘조기 갱년기’(가제)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조폭 마누라’와 ‘박수건달’을 선보인 조진규 감독(50)은 멜로 영화 ‘아망천당’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에는 한국 배우 주원도 출연한다.

‘가위’와 ‘분신사바’를 선보인 안병기 감독(48)은 중국에서 공포영화 ‘필선’ 시리즈를 연출했다. ‘접속’과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47)은 한중 합작 ‘평안도’의 촬영을 마쳤다. 해양 탐사팀이 무인도에서 겪는 원인모를 죽음을 다룬 스릴러다.

‘작업의 정석’과 ‘선물’의 오기환 감독(47)이 연출한 한중 합작 ‘이별계약’은 지난해 4월 중국에서 개봉해 1억9200만 위안(약 337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무사’ ‘길 위에서’ ‘미스터 고’ 등 역대 한중 합작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43)은 멜로 영화 ‘제3의 사랑’을 준비 중이고 ‘신부수업’의 허인무 감독(40)은 로맨틱 코미디 ‘결혼일기’를 촬영하고 있다.

감독과 함께 스태프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괴물’ ‘살인의 추억’ ‘부러진 화살’의 영상을 맡았던 김형구 촬영감독, ‘베를린’ ‘초능력자’ ‘숨바꼭질’을 담당했던 전수아 미술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감독의 중국 진출 러시는 대륙 영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었다. 중국은 시장의 활황으로 자본은 넘쳐나지만 제작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의 한 해 영화 제작편수는 2001년 88편, 2005년 260편, 2010년 526편, 2011년 558편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스크린 수도 2002년 1834개에서 2011년 1만710개로 크게 늘었다. 제작사 두타연의 안동규 대표는 “중국 시장이 안정기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10년 후까지 한국 감독과 스태프를 ‘수입’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는 영진위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영진위 베이징사무소도 큰 역할을 했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감독이 40대 후반만 돼도 “감각이 떨어진다”며 연출 맡기기를 꺼린다. 이런 추세에서 중국 진출은 중장년 감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관계자는 “중국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아 다시 한국에서 기회를 얻으려는 중장년 감독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6월 가(假)서명을 마친 한중영화공동제작협정이 체결되면 영화 인력의 대륙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영화계는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 이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중 합작영화는 현지에서 중국 영화로 분류돼 외국 영화 스크린 쿼터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중국 시장을 경험한 영화인들은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적응을 위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위험한 관계’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중국은 휴식일 없이 영화를 찍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완성본까지 당국의 검열이 있다는 사실과 중국 사회의 금기에 대해서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중국#위험한 관계#허진호#조진규#곽재용#안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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