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부터 엑소까지] ★만 쫓던 ‘빠순이’서 ★ 키우는 힘으로…팬덤 ‘상생의 진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26일 06시 40분


아이돌 스타와 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된 아이돌 팬덤은 세월과 함께 변화했다. 스타는 팬들의 환호에 힘을 얻고 그들의 응원으로 무대에 나선다. 사진은 그룹 JYJ와 서태지, 조용필의 공연 모습과 슈퍼주니어 팬들이 기부한 쌀화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아이돌 스타와 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된 아이돌 팬덤은 세월과 함께 변화했다. 스타는 팬들의 환호에 힘을 얻고 그들의 응원으로 무대에 나선다. 사진은 그룹 JYJ와 서태지, 조용필의 공연 모습과 슈퍼주니어 팬들이 기부한 쌀화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아이돌 팬덤이 달라졌다

‘7080세대’ 문화 콘텐츠 영향
40∼50대들도 참여 팬덤 확대
스타이름으로 기부 등 위상 업
스타도 눈 맞춘 팬서비스 변화


대학 2년생 조윤진은 1996년 1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식음을 전폐한다. 일부 열성팬들은 직후 충격 속에 서태지의 집 담을 넘어 그의 물건을 챙겼다. 조윤진은 그러나 실패했다. 이를 지켜보던 남자친구 삼천포는 결국 서태지의 집에서 변기를 뜯어와 여자친구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지난해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이다. 이는 1990년대의 팬덤을 극적으로 그려낸 것이기도 하다.

‘팬덤’(fandom).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현상을 뜻한다. 국내 팬덤은 1980년대 ‘가왕’ 조용필의 팬들로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른바 ‘오빠부대’로 불리던 팬덤은 1992년 서태지의 데뷔로 광범위하고 또 더욱 깊게 점화하며 소녀들의 일상에 파고 들었다.

● ‘풍선’과 ‘빠순이’…아직은 어렸다

1세대 아이돌 팬덤은 각 그룹을 상징하는 다채롭고 컬러풀한 풍선과 공연장을 날려버릴 듯한 환호로 상징된다. H.O.T를 대표하던 흰색 풍선과 젝스키스를 상징하던 노란색 풍선의 팬덤은 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당시 팬들은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팬클럽 카페나 팬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더욱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음반 발매 당일 서점과 레코드 상점 등에서, 공연 전날부터 콘서트장에서 밤을 새는 여고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기 팬덤은 아직은 성숙함이 부족했다. 전국으로 확대 및 조직화한 팬덤은 스타를 향한 일방적인 구애의 양상을 띄었다. 반대로 스타에 대한 실망감은 극단적인 표출됐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라이벌은 곧 ‘나의 적’으로까지 받아들여 무차별한 테러와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빠순이’ 혹은 ‘팬질’이라는 단어로 비하되기 일쑤였다.

● 스타 위상 높이기, 팬덤이 달라졌다

아이돌이 10년 넘게 변화해 왔듯 팬덤도 그에 따라 진화를 거듭했다. 조금씩 성숙함을 갖춰갔다. 아이돌의 팬들은 이전과 같은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을 떨치고 팬덤이 결국 스타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7080세대’의 문화 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 팬덤의 연령 역시 폭넓어졌다.

스타 개인에게만 집중하던 팬덤 문화는 이제 그 주변으로, 또 사회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도 팬덤의 일부가 된 셈이다. 팬덤이 과거 10대들만의 전유물로 평가됐다면 최근에는 40∼50대들의 여가문화로까지 인식되면서 스타를 위한 사회적인 참여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몇 년 전부터 스타들의 공식 행사에는 단순한 축하 화환이 아닌 불우이웃을 위한 쌀화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탄과 계란 등 소외된 이들을 도우려는 물품도 다양해졌다. 스타의 이름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건 물론 환경을 위한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팬덤의 변화는 스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받기만 할 수 없다! 아이돌의 팬 서비스도 진화 중

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스타들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스타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며 그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팬카페에 인사말을 남기고 팬미팅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걸스데이는 미니앨범 3집 타이틀곡 ‘섬싱’으로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돌려줬다. 씨클라운은 휴대전화 번호를 팬들에게 공개해 직접 고민을 상담해주는 팬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 JYJ는 2012년부터 팬들을 위한 축제이자 박람회인 ‘멤버십 위크’를 처음으로 시도해 호평 받았다.

이 외에도 새 앨범 제작 등에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도도 갈수록 늘고 있다. JYJ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이재은 실장은 “과거와 달리 팬들도 이제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스타들을 더 선호한다. 최근 팬들이 1인 미디어 역할까지 자처하면서 스타와 팬의 ‘상생’ 노력이 더욱 활발해졌다”며 “JYJ의 멤버십 위크도 전시 위주의 행사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일그러진 팬덤의 폐해

하지만 팬덤이 진화할수록 그 이면도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사생팬’으로 상징되는 극성팬들이 늘면서 일부 스타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룹 JYJ는 사생팬에게 10년 가까이 시달려 오다 2년 전 처음으로 “숨통을 조이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심경을 밝혀 충격을 던졌다. 엠블랙의 이준은 데뷔 초 극성팬으로부터 혈서를 받기도 했다. 앞서 2006년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팬으로부터 강력접착제가 든 음료수를 받아 마시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일그러진 팬덤이 만들어낸 사건들이다.

최근에는 각종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런 폐해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특히 10대 아이돌 팬의 ‘파벌’, ‘편 가르기’는 아직 건재(?)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향한 과도한 사랑으로 그 라이벌 스타를 향해 온라인상 온갖 악성 댓글 등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일삼는 경우는 1990년대보다 훨씬 그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팬덤은 심지어 살인까지 부른다.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은 극성팬이 쏜 총에 맞아 숨졌고, 미국 유명 가수 셀레나 역시 팬클럽 회장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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