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촬영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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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1일 07시 00분


정진영이 최근 개봉작 ‘또 하나의 약속’이나 지난해 흥행한 ‘7번방의 선물’에 비중이 적은 조연임에도 출연한 것은 “역할의 비중보다 이야기와 작품의 의미를 우선”하는 신념 때문이다. 4월엔 드라마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 정진영은 “배우로서 욕심은 더 생기지만, 매 순간, 연기를 쉽게 하고 넘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정진영이 최근 개봉작 ‘또 하나의 약속’이나 지난해 흥행한 ‘7번방의 선물’에 비중이 적은 조연임에도 출연한 것은 “역할의 비중보다 이야기와 작품의 의미를 우선”하는 신념 때문이다. 4월엔 드라마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 정진영은 “배우로서 욕심은 더 생기지만, 매 순간, 연기를 쉽게 하고 넘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말수 적은 후배는 촬영장 한 켠에 묵묵히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경험 많은 선배는 후배의 마음을 이해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역할을 온전히 홀로 소화해야 하는 후배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선배를 둔 후배는 든든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속내까지 위로하는 현장. 20일 개봉한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찌라시·감독 김광식)의 촬영장이 그랬다. “긍정의 에너지가 풍성했다”고 돌이킨 선배 정진영(50)과 후배 김강우(36)를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배우 모두 웃음도, 말수도 늘었다.

■ 영화 ‘찌라시’ 주연 정진영

쉼 없는 강행군…배우로서 욕심 때문
연기를 쉽게 여기지 않으려는 의도다


정진영은 얼마 전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그 잔향이 여전히 남아있다.

“읽다보니 문득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니라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말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슴에 다가온 책의 영향일까.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다”는 전제와 함께 그는 “요즘은 삶 그리고 생사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그런 정진영의 관심을 영화로 옮기면 마음은 달라진다. 흥이 나는 듯 보였다. “어쨌거나 촬영장에 있을 때 가장 즐겁다. 잡념마저도 사라진다”고 했다. 김강우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코미디와 액션, 풍자를 섞은 ‘찌라시’에 참여하며 상당한 에너지를 받은 듯했다.

“우리끼리 우스개 소리로 이 영화를 ‘세운상가 블록버스터’라고 불렀다. 영화를 찍은 곳도 실제로 서울 명동의 뒷골목 상가 거리였다. 그 배경처럼 어수룩한 사람들이 스스로 최첨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막강한 적을 이겨낸다. 설정 자체가 좀 웃기지 않나. 하하!”

그동안 ‘찌라시’는 사회와 현실 고발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니냐는 추측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공개된 뒤 관객의 반응은 달라졌다. ‘유쾌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진영은 “격조 있는 오락영화”라고 ‘찌라시’를 소개했다.

“촬영 때 (김)강우부터 생글생글 웃길래 이유를 물으니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그런 기운이 (관객에게도)전해지지 않을까.”

영화에서 그는 증권가 사설정보지를 직접 만들어 배달하는 박사장 역을 연기했다. 밥벌이 수단으로 온갖 소문을 팔지만, 그 역시 한때는 의협심 강했던 기자였다. 바닥까지 내려온 우곤(김강우)을 도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찌라시’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는 극중 박사장의 모습과 달리 정작 정진영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정보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촬영 도중 실제 정보지를 딱 한 번 받아 읽었지만 “별로 와 닿는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정진영은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다. 비중보다 이야기와 작품의 의미가 먼저다. 이달 초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이나 지난해 흥행한 ‘7번방의 선물’에 비중이 적은 조연으로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드라마 출연에도 박차를 가한다. ‘브레인’ ‘사랑비’ 등 매년 한 편씩 소화하고 있는 그는 4월부터 방송하는 SBS ‘엔젤아이즈’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올해 연말께는 블록버스터 ‘국제시장’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솔직히 얘기하면 배우로서 욕심은 더 생긴다. 그걸 좋은 의도이자 뜻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욕심을 다 채우려는 게 아니니까. 매 순간, 연기를 쉽게 하고 넘기고 싶지 않은 거다. 더 어렵게 하려는 거다.”

정진영은 매니저 없이 일한다. 시간에 쫓기며 드라마에 출연할 때만 운전기사를 잠시 고용한다. “꼭 똑같이 해야 한다는 기준은 필요 없지 않느냐”며 “매니저를 두면 남 탓을 하기 쉽다”고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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