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고삐 풀린 망아지 같지만…난 눈치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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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4일 07시 00분


자신을 순수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깡철이’를 선택한 유아인.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20대 배우로 꼽히지만 그는 “몇 백억원짜리 영화? 아니다. 내 위치는 바로 여기”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퍼스트룩
자신을 순수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깡철이’를 선택한 유아인.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20대 배우로 꼽히지만 그는 “몇 백억원짜리 영화? 아니다. 내 위치는 바로 여기”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퍼스트룩
깡철이는 유아인과 닮았다
그가 영화 ‘깡철이’를 선택한 이유

‘깡철이’는 많은 시나리오 중 가장 순수한 선택
실제 어머니에게 살갑게 못해…요즘은 노력중
결국은 사람…수많은 절친이 나를 자극하는 힘


배우 유아인(27)은 말했다. “나는 완전한, 성장지형적 인간”이라고.

그는 또 말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다가 어떤 땐 KTX처럼 질주”하며, “눈치 보고 사는 눈치쟁이”이자, “한시도 나를 가만 놔두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멋쩍은 듯 크게 웃던 그는 말했다.

“이러고 사는 저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하!”

배우들의 화법은 그들이 지닌 개성만큼이나 제각각이지만 유아인에겐 좀 더 특별한 데가 있다. 질문을 받고 꺼내는 말들은 ‘대답’이라기보다 오히려 ‘질문’에 가깝다. 그 대답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아인의 화법은 결코 쉽지 않다.

2년 전 ‘완득이’의 성공 이후 유아인은 충무로에서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 20대 배우로 떠올랐다. 심사숙고 끝에 택한 영화는 2일 개봉한 ‘깡철이’(감독 안권태). ‘그 많은 시나리오 중 왜 ‘깡철이’었느냐고 묻자 유아인은 “본질을 흐리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내가 과연 순수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본질과 멀어지지 않는지 생각했다. ‘깡철이’는 가장 순수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으로 나를 순수하게 하고 싶었다. 제작비 몇 백억원짜리 영화? 그건 아니다. 내 위치는 바로 ‘여기’라는 걸 확고하게 하고 싶었다.”

‘완득이’에 이어 ‘깡철이’ 역시 극중 유아인의 이름이 영화 제목으로 쓰였다. 그만큼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깡철이’는 아픈 엄마를 돌보는 아들의 애정이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그것과 견줄 만큼 뜨겁다.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퍼스트룩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퍼스트룩

‘깡철이’와 유아인은 얼마나 닮았을까.

“남자다움이 닮았다. 하하! 최대한 내 식대로 표현한 멋진 남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찰랑찰랑한 수준의 남자다.”

그렇다면 실제 유아인은 엄마에게 어떤 아들일까.

“(엄마의)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살갑게 못하는 아들이지. 엄마를 향한 대단한 사랑을 영화로 연기해놓고,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웃음) 요즘은 노력한다.”

유아인을 연기자로만 논할 수 없는 건 그가 지닌 남다른 재능 때문이다. SNS를 통해 증명한 탁월한 글 솜씨, 그보다 먼저 인정받은 패션 감각,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림 실력까지 그의 재능은 다양하다. 창작 활동에 관해서도 누구보다 의욕적이지만, 유아인은 일부러 드러내진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창작물을 만든다면, 그건 ‘유아인이 했다’는 이유로 폄하된다. 내 재능이 어느 정도든 상관없다. 부정적인 시선이 많으니까. 굳이 내 이름 걸고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유아인은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혹시 모르지. (다른 이름으로)이미 하고 있을 지도….”

유아인은 나이와 성별, 직업을 망라해 친구를 많이 사귄다. 친구들은 유아인을 자극하는 힘이다.

“별 것 없다, 인생에. 결국은 사람이다. 매일 머리 속을 스트레칭한다. 유연하게, 자연스럽게 생각하려고. 내 주위엔, 애써 붙잡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 어마어마하게 애쓰며 산다.”

하다못해 각종 행사에 나설 때도 유아인은 스타일링을 직접 한다. 시사회부터 제작발표회까지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서 입은 의상 대부분은 협찬이 아닌 본인 소유의 것들이다. 패션에 대한 소신도 분명하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다. 가장 표면적인 이미지는 겉모습이잖나.”

다음 작품 역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유아인은 “정말 원하는 건 재미있는 시트콤”이라고 했다. “고정관념을 허물고 싶다”는 게 이유다.

“내가 있는 곳을 최고의 무대로 만들고 싶다. 스타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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