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넝쿨당’ 美 수출하려면 매회 완결형 에피소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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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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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BS 드라마 ‘CSI’ 감독 에릭 김 부국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메이퀸’ ‘다섯손가락’ ‘울랄라부부’…. 일요일마다 한국 드라마 DVD를 쌓아놓고 늦은 밤까지 아내와 함께 봅니다.”

미국 CBS의 시사국(Current Programs) 부국장인 에릭 김(41)은 악수를 한 뒤 한국 드라마 얘기부터 먼저 꺼냈다. 그는 이 방송사의 인기 TV 시리즈 제작의 모든 단계를 감독하고 있다. 이 작품들 중에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CSI 시리즈’ ‘블루 블러즈’ ‘NYC 22’ 등도 있다.

미국 내 한인 리더들의 모임인 ‘넷칼(NetKAL)’의 서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났다.

“요즘 한국 드라마가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인 드라마 ‘추적자’도 그렇고, 케이블에는 시체가 나오는 범죄수사 드라마도 있더군요. 옛날 한국 드라마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뒤 서울외국인고교를 졸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연예오락 산업에 진출했다.

“한국 드라마와 ‘미드’의 차이점은 스토리텔링에 있습니다. 전형적인 한국적 스토리텔링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내용이 이어지는 형식(Serialized storytelling)이죠. 미국인들은 그런 걸 싫어해요. 그래서 미드는 대개 한두 회를 못 봐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에피소드 형식입니다.”

미드 중에서도 케이블에 비해 지상파 방송 드라마는 더 많은 사람이 한 편으로도 빠져들 수 있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제작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지금 미국 방송업계에선 ‘TV의 황금시대’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가 1996년 방송업계에서 일할 땐 영화인들이 TV를 얕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TV에서 성공하면 영화로 진출하는 한국과 반대로 미국에서는 영화인들이 TV 비즈니스에 참여하려고 해요. 이번 가을에 CBS에서 방영되는 마피아 드라마 ‘베가스’도 영화 ‘좋은 친구들’의 할리우드 작가 니컬러스 필레지가 TV에 진출해 맡은 작품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한류를 잘 이해하면서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가가 필요합니다. 미국 방송사들은 한류를 잘 모르고, 그 성공 모델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관심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 드라마가 미국 수출에 번번이 실패한 이유죠. 작가들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같은 드라마를 미국식으로 고쳐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없어요.”

그는 CBS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한국 작품으로 영화 ‘공공의 적’을 꼽았다. “강력반 꼴통 형사 캐릭터가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로 한번 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드라마#수출#넝쿨당#에릭 김#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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