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디유닛 “각선미·핫팬츠? 우린 썩소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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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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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걸그룹들, 우릴 호빗족처럼 바라 봐”
●“자아 분열? 가슴 속 응어리, 무대에서 풀고 산다”
●“걸그룹은 애교? 남자보다 무뚜뚝해”


‘상남자들’, 그들을 이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보이그룹 포스를 풍기며 어슬렁어슬렁 등장한 디유닛은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머리 숙여 인사한 뒤 “키워주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아…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들의 얼굴이 아니라 옷과 신발에 박혀있는 수많은 스터드 장식이었다. 실제로 팔찌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푸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2일 데뷔 정규 앨범 ‘웰컴 투 비즈니스’를 발표한 3인조 신인 걸그룹 디유닛(D-UNIT)이다. 디유닛은 티아라 보람의 동생인 RAM(전우람), YG 연습생 출신 UJin(정유진), 실력파 막내 ZIN(곽수진) 총 세 명으로 이뤄졌다.

신인들이 보통 첫 앨범에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 앨범을 내는 것에 비해 디유닛은 정규 앨범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음악성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유닛은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알앤비, 덥스탭, 어쿠스틱, 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팀입니다. 타이틀곡 ‘아임 미싱 유’(I'm Missing You)는 투애니원과 빅뱅의 곡을 만든 Kush와 YG의 힙합 듀오 YMGA 출신의 DM이 작업한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에 일렉트릭 사운드가 더해진 트렌디한 힙합곡이에요.” (일동)

▶작은 고추는 정말 맵다!

디유닛은 멤버 모두 160cm 남짓한 작은 키지만 누구도 힐을 신지 않았다. 힙합이란 장르의 특성상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과감하게 각선미와 여성적 섹시함을 던져 버렸다.

“여자니까 예쁘게 보이고 싶기도 하죠. 하지만 대표님께 ‘썩소’ 이상의 미소를 허락받지 못했어요. (웃음) 실제 성격도 애교 없고 털털하다 보니 이젠 우리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해요. 음악방송에서 키 작은 우리만 호빗족처럼 보여도, 동료 선후배 가수들이 우리만 신기하게 바라봐도 가수가 돼 기쁠 뿐이에요.” (일동)
“무대에 서면 방황하며 고생했던 과거가 많이 생각나요. 돌이켜 보면 그때의 시간이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가슴 속 응어리가 가득해요. 무대에서 풀고 있어요.” (유진)

‘곱상한 상남자’ 세 사람에게 서로의 장점을 말해 달라고 물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진은 팀 내 ‘어머니’와 ‘활력소’를 담당하고 있으며 체력과 머리가 좋고 말도 잘한다. 유진은 홍삼 등 건강식 잘 챙긴다. 리더 람은 팀 내 도시락을 담당하며 앨범 9곡 중 4곡을 작사 작곡할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나다.

다이어트도 하고 있다는 디유닛은 소속사 대표와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초밥만 먹어 50만 원의 가격이 나왔다며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뿌듯해했다.

▶불화에 대처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세

디유닛은 데뷔 전부터 일본에서 두 차례 팬 사인회를 하고, 각종 국내 무대에 오르는 등 팬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유 없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디유닛의 데뷔와 맞물려 걸그룹 티아라의 불화설이 도마에 올랐다. 람의 친언니가 티아라의 멤버 보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비난이 디유닛을 향했다.

또 다른 이유는 람의 남다른 집안 내력 때문이다. 배우 황해가 그의 할아버지이며, 할머니는 가수 백설희다. 아버지는 가수 전영록, 어머니는 배우 이미영, 외삼촌은 개그맨 이창훈이다. 데뷔 당시 팀을 알리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원하던 원하지 않던 람과 디유닛을 평생 쫓아 다니는 꼬리표가 됐다.

장점도 많다. 전영록은 자신의 딸들을 위해 “뒤도 앞도 옆도 보지 말고 열심히만 해라.”, “ 무조건 인사를 잘해라.”, “너는 못 보지만 너를 보는 사람은 정말 많다. 늘 긴장을 늦추지 마라.”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영과 전보람은 경험을 통한 실질적인 조언과 맛있는 음식들로 디유닛을 응원했다.

디유닛은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 새벽까지 노래, 안무 등을 연습한 뒤 밤이 돼서야 퇴근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멤버들끼리의 관계에 일부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흔히 같이 살면 볼 거 안 볼 거 다 봐서 트러블이 생긴다고들 하잖아요. 종일 함께 있다가 집에 가면 멤버들이 보고 싶기도 하니까요.” (유진, 진)

불화설로 이슈가 됐던 티아라 멤버의 친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도 없이 받았을 그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

“정말 조심스러운 문제죠. 그래서 답답해요.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이 어느 순간 뭉쳤는데 어떻게 다 맞겠어요. 맞춰가야죠. 싸우고 풀고, 풀고 또 싸우고 그러는 게 사람이잖아요. 공인이기에 더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가요계 생활도 사람이 사는 일이고…유독 심하게 두드러지는 건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보람 언니도 많이 힘들어해요. 그 팀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겠죠.” (람)

디유닛은 투애니원과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유진은 산다라박과 닮은 외모가 이슈가 됐다. 악성 댓글의 또 다른 이유다.

“색이 완전히 다를 순 없다고 생각해요. 안무, 타이틀곡, 보컬 등을 담당해주신 스태프들이 YG엔터테인먼트 분들이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힙합을 한다고 모두 에미넴을 따라한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저희도 디유닛만의 색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일동)

디유닛은 수많은 악성 댓글을 이겨낸 다음에야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처음엔 만신창이였어요. ‘우리가 팔자가 세구나’라고 생각하며 넘겨요.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람, 유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벼랑 끝에서 이제 막 가수라는 꿈을 시작한 디유닛의 팀워크가 궁금해졌다.

“불화요? 있으면 말이 안 되죠. 이제 시작인데요? 에이~” (일동)

▶ 우리는 간절하다!

디유닛에 합류하며 춤을 처음으로 배운 진, YG에서 나와 방황하던 유진, 미래가 풍전등화(風前燈火) 같던 람. 굴곡 많은 시간을 헤쳐 나온 디유닛의 각오는 남달랐다. 인터뷰 내내 자주 불끈 쥐던 주먹과 눈빛,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묻어 나왔다.

디유닛은 멤버 개개인이 제시제이, 보아, 비욘세를 존경하긴 하지만 롤모델은 없다. 무대에서 당당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쉬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을 뿐이다.

“개개인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유닛이란 그룹과 디유닛만의 음악색깔을 알리고 싶어요. 국내를 넘어 지구촌으로 뻗어 나가고 싶어요.” (유진)

하이힐과 핫팬츠를 멀리하고 섹시함을 잠시 집에 놔두고 온 디유닛은 ‘아이돌 하면 비주얼’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의 상황을 뒤집고 싶다고 했다. 힙합이 곧 자유 투쟁의지이듯 디유닛은 ‘제2의 누구’가 아닌 누군가 자신들의 등을 바라보며 편히 걸을 수 있는 ‘선발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저희 앨범은 수록곡이 상당히 좋으니 꼭 들어봐 주세요. 앞으로도 미니앨범과 정규 앨범으로만 찾아뵐 것 같아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저희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영상 |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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