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피플] 정성화 “장발장 ‘원 캐스트’ 따 낸 배우가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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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7시 00분


“오래 오래 연기해서 대한민국서 가장 유명한 할아버지 배우 되야죠.” 11월 한국어 초연을 앞둔 대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을 맡은 배우 정성화.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오래 오래 연기해서 대한민국서 가장 유명한 할아버지 배우 되야죠.” 11월 한국어 초연을 앞둔 대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을 맡은 배우 정성화.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연, 정성화

하루에 공연은 한번만…목관리 문제 없어
10개월간 술도 끊고 수도승처럼 지내야죠
영국 유학? 뮤지컬 본고장 미리 구경했죠

‘레미제라블’은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캣츠’와 함께 흔히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로 불리는 작품이다. 국내 뮤지컬 팬들이 고대하던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초연이 11월에 막을 올린다. 런던 오리지널 스태프 참여, 10개월의 장기공연, 총 200억원의 제작비 등 제작 규모와 공연 일정부터 화제이다.

뮤지컬 팬의 관심은 우리말 ‘레미제라블’의 공연 여부와 함께 ‘누가 장발장을 맡을 것인가’에도 쏠렸다. 한국어 초연의 주인공 ‘장발장’은 치열한 오디션 끝에 정성화로 결정됐다.

정성화는 10개월의 공연 내내 혼자 ‘장발장’을 맡는다. 이른바 ‘원 캐스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등 해외 공연계에서는 당연시 되는 것이지만, 주요 배역을 여러 배우가 돌아가며 맡는 것이 ‘관행’이던 우리 뮤지컬에서는 전례 없는 캐스팅이다.

폭우가 중부 지방에 쏟아지던 20일 밤, 서울 동숭동 정성화의 단골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배우로서 큰 도전에 나선 그의 심경을 들었다.

- 장발장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역이라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

“다른 작품과 달리 초청 오디션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아무나 참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영웅’을 공연하고 있을 때 오디션 공고가 났다. 이후 배우 대기실에 가면 여기저기서 배우들이 연습하는 ‘레미제라블’의 노래가 들려 올 정도였다. 나도 화장실에서 몰래 연습을 했다.”

- 세계 4대 뮤지컬을 모두 제작한 뮤지컬의 ‘살아있는 전설’ 카메론 매킨토시가 캐스팅에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오디션은 7개월 동안 10차례에 걸쳐 진행했다고 들었다. 주요 배역은 카메론 매킨토시가 직접 캐스팅했다. 한국 제작사가 최종 후보에 오른 배우들 오디션 영상을 영국에 보냈고, 매킨토시가 이를 보고 결정했다. 장발장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최종 후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합격 통보를 받고 영국에 갔을 때 ‘레미제라블’의 현지 연출가로부터 ‘매킨토시가 당신의 영상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 이번에 지방과 서울공연을 합쳐 10개월이나 혼자 ‘장발장’으로 무대에 서야 하는데

“카메론 매킨토시가 기획 초반부터 ‘원 캐스트’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른 작품은 몰라도 ‘레미제라블’은 한 배우가 끝까지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 아무래도 장기간 혼자 주인공을 맡는 ‘원 캐스트’의 부담이 클 것 같다.

“다행히 하루 두 번 공연하는 날이 없다. 대게 배우의 목은 두 번째 공연 때 망가진다. 지쳐서 배에 힘을 주지 못해 대신 목에 힘을 주다가 무리가 생긴다. 아무래도 공연 기간 동안 술도 끊고 수도승처럼 살아야할 것 같다.”


● ‘장발장’ 위해 영국서 한 달간 보컬 트레이닝

- 올 뮤지컬 두 편과 영화 세 편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이 활발했는데, 그 틈에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못된다. ‘장발장’ 합격 소식을 듣고 3월부터 한 달 정도 런던에 머물렀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영웅’)까지 했지만 런던 웨스트엔드는 처음이어서 궁금했다.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공연을 보며 견문을 넓히고 싶었다. 연습실을 잡아놓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 배우로서 ‘장발장’이란 역할의 매력은.

“‘레미제라블’의 주제는 죄와 용서 그리고 화해다. 이를 장발장이 3시간 동안 이끌어야 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용서와 화해를 스스로 실천해 관객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역할이다. 녹록치 않은 캐릭터고 노래도 굉장히 어렵다. 배우는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을 맡고 싶어 한다.”

- 정성화만의 연기철학이 궁금하다.

“배우는 보이려고 할수록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정성화의 매력을 보여주려 하면, 있는 매력도 안 보인다. 배우는 캐릭터의 매력을 관객에게 보여줄 생각을 해야 한다.”

- 후진양성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일종의 재능나눔이라고 할까. SK그룹 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SK해피뮤지컬스쿨에서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18세에서 24세까지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을 1년간 교육시키는 과정이다. 교육생들이 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 배우로서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더 나아가 세계적인 배우가 되겠다’는 식의 꿈은 꾸지 않는다. 안이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배우로서 오래도록 사랑받고 싶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할아버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 정성화 프로필

1975년 생.
1994년 SBS 개그맨 공채 3기.
2000년 뮤지컬 ‘가스펠’로 뮤지컬 데뷔.
2007년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첫 주연으로 주목받음.
2010년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역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
우주연상.
2012년 제1회 예그린어워드 남우주연상, 배우가 뽑은 배우, 스태프가 뽑은 배우 등 3관왕.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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