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넘치는 ‘센 외모’덕에… 이번에도 이 한 목숨 또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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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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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개봉 영화 ‘가비’서 첩자역 맡은 주진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말랑말랑한 꽃미남들이 여성의 눈을 간질이는 요즘, 이 배우는 우직함으로 가슴에 다가선다.

주진모(38)는 ‘뚝배기과’다. 양은냄비의 순발력보다는 뚝배기 같은 신뢰감이 장점이다. 부드러운 얼굴을 거부한 부리부리한 눈매와 큰 코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묻어나는 듯하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에서도 그는 목숨 바쳐 한 여인을 지켜내는 ‘구시대적’ 남자로 나온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캐릭터가 그런 쪽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 부담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남자 배우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장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영화에서 조선 말기 커피를 이용해 고종을 독살하려는 여인 타냐(김소연)를 옆에서 묵묵히 지키는 일리치 역을 맡았다. 조선인인 타냐와 일리치는 기구한 사연으로 러시아에서 열차강도로 활약하다가 일본인들에게 잡혀 고종 암살을 위한 첩자로 이용당한다. 암살 계획이 틀어지자 타냐는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일리치 역은 그가 2007년 ‘사랑’에서 맡았던 채인호 역과 오버랩된다. 채인호는 폭력조직 보스의 여인이 된 첫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순정남. “배역을 결정하며 (장윤현) 감독님에게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원래는 타냐와 일리치가 연인이 아닌데 시나리오를 바꿨죠.”

그의 필모그래피들은 온통 ‘센’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무적자’(2010년)의 조폭 두목 김혁, ‘쌍화점’(2008년)의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고려의 왕 등이 그렇다. “외모도 말투도 거칠지만 아이 같은 면이 많아요. 상처를 받기 싫으니까 강하게 대하는 면이 있는 걸 보면 마음은 한없이 약해요.” 그는 요즘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장 감독의 복귀작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접속’(1997년) ‘텔 미 썸딩’(1999년)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장 감독은 ‘황진이’(2007년) 이후 소식이 없었다. “이렇게 착한 감독은 처음이었어요. 연출자가 이렇게 사람 좋으면 스태프와 배우들을 어떻게 이끌까 했는데 ‘웃음의 리더십’으로 풀어가는 솜씨가 남달랐어요.”

그는 동료 배우 김소연에 대한 칭찬으로 인터뷰 끝을 장식했다. 영화에서처럼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남자답게…. “극의 중심이 타냐에 맞춰져 있어요. 제 역할은 사실 작아요. 저는 밥(주인공)을 맛있게 하는 ‘반찬’ 역할이면 만족해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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