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한류 전도사 되나? 일본 팬들, ‘자우림 연주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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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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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사운드홀릭
사진제공=사운드홀릭
일본의 도쿄 한복판에서 자우림의 팬들이 연주회를 열어 화제다.

자우림의 김윤아는 지난 8일,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공유했다. ‘welovejaurim'이라는 이용자가 올린 이 영상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우림 노래 연주회를 담고 있다. 16명의 참석자들 중 한국인 4명과 재일교포 3세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인이다.

이들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각자의 악기로 자우림의 노래를 함께 연주하고 있다. 연령대도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공연하는 노래도 자우림의 데뷔곡 ‘헤이 헤이 헤이’, 히트곡 ‘안녕미미’-‘팬이야’, 최근 발매된 자우림 8집 수록곡 ‘아이돌(IDOL)', 'EV1'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준 자우림에게 뭔가 선물을 하고 싶었다”며 “연주를 잘 하진 못하지만 한번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주회 참가자들이 자우림을 알게 된 계기는 각양각색이다. 한국인 친구의 소개나 다른 한국 음악을 듣다가 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우림이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서 활동할 때부터 10년째 팬인 경우도 있다. 당시 자우림은 도쿄를 비롯해 삿포로와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2001년에는 음반을 발매했고, 유명 밴드 글레이(Glay)와도 공연했다.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쿠와바라 히로시 씨(29)는 “자우림을 안 지는 1년 정도 됐는데, 이젠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십센치(10cm)’ 등 다른 한국 밴드들의 음반도 모은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에는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아이돌만 있는 게 아니더라”며 “최근에는 자우림이 출연 중인 ‘나가수(MBC '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를 통해 김경호도 좋아하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여성 드러머 카타기리 유미꼬 씨(29)는 "2002년부터 자우림의 팬이었다“라며 ”밴드에서 보컬에게 카타카나로 가사를 외우게 해서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를 연주하곤 했다“고 말했다. 카타기리 씨는 ”악보를 구하려면 인터넷으로 구매해야하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구매가 안 되서 한국인에게 부탁해 어렵게 손에 넣곤 한다”라는 말도 전했다.

두 사람은 “자우림 8집 앨범도 벌써 구매했다”며 “요즘 전국투어 콘서트를 한다는데, 못 가서 너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쿠와바라씨는 이날 연주회에서 8집 수록곡 ‘IDOL’과 ‘EV1’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출처=유튜브 ‘Jaurim session @東京 ハイライト’ 영상 캡쳐
사진출처=유튜브 ‘Jaurim session @東京 ハイライト’ 영상 캡쳐


일본은 아시아에서 밴드 문화가 가장 꽃핀 나라로 꼽힌다. 80년대의 ‘라우드니스’는 한국 록문화의 뿌리라는 시나위-백두산-부활에 큰 영향을 끼쳤고, ‘엑스재팬’의 ‘엔들리스 레인(Endless rain)이나 ‘라르크엔시엘’의 ‘드라이버스 하이(Driver's high) 등은 한국 남자들의 대표적인 애창곡이다.

하지만 노익장 드러머 야마다 사토시 씨(50)는 "자우림 특유의 심플한, 록이 가슴에 울려 퍼지는 이런 느낌은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우림의 노래를 악보로 보면 곳곳에 세세한 장치들이 숨겨져 있는데, 듣고 있으면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점이 가장 놀랍다“라고 덧붙였다.

이 모임의 주최자는 한국인 디자이너 윤재현 씨(29). 도쿄 생활이 햇수로 5년째인 윤 씨는 “과거 자우림 팬 정모에 모였던 분들이 주축이 됐다”며 “자우림 라이브 팜플렛, 뱃지, 사인 CD. 함께 찍은 사진 같은 걸 많이들 갖고 계시더라”라고 말했다. 오히려 윤씨가 일본 팬들로부터 자우림에 대해 배울 정도였다는 것.

이들은 내년 2월 다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연주회 참가자 외에 새로운 연주자들의 가입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우림은 이번 일에 대해 동아닷컴에 “하루카라는 일본 활동 1호팬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최근 하루카씨는 결혼할 때 8집 수록곡 ‘해피 데이’를 틀었다고 한다”며 새로운 일본 팬들과의 만남에 반가움의 뜻을 드러냈다.

이어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같이 공유해줘서 무척 기쁘고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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