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떠난 남매는 고래를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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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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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아역배우 박지빈(왼쪽)과 이슬기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필마픽처스 제공
아역배우 박지빈(왼쪽)과 이슬기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필마픽처스 제공
날렵한 디지털시대에 22일 개봉하는 ‘고래를 찾는 자전거’는 뭉툭한 아날로그적 감동을 추구하는 로드무비다.

전라도 어디쯤에 사는 어린 남매 은철(박지빈)과 은하(이슬기)는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 어느 날 할머니마저 세상을 등지자 이들을 돌보던 사회복지사는 은철에게 동생을 보육원에 맡기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고 말할 만큼 조숙한 은철은 여동생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다며 제안을 거절한다. 은하의 소원은 선천적인 병 때문에 눈이 멀기 전에 꼭 한 번 고래를 보는 것이다.

자전거에 올라 고래로 유명한 울산 장생포로 떠난 남매는 수배자 덕수와 길동무가 된다. 덕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자가 된 전직 고래 백정. 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으로 남매를 돌보는 덕수에게 남매는 아버지 같은 정을 느낀다. 덕수 또한 아이들을 잃은 아픈 과거가 있다.

영화는 서로 적대적인 것들의 화해를 주선한다. 고래 백정과 고래를 찾는 남매는 길을 함께 하고, 전라도 출신 남매는 경상도에서 꿈을 찾는다. 경상도 ‘아지매’ 언양댁(김여진)은 남매를 자기 아이처럼 돌본다. 편 갈라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사회를 향해 상생의 훈훈한 입김을 불어댄다.

‘황산벌’ ‘평양성’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문식은 얼굴에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역할에 도전했다. 김여진의 일상의 한 토막을 뚝 떼어낸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배창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영로 감독(41)의 늦깎이 장편 데뷔작이다.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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