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외압으로 강제 종영”…작가·연기자 등 26명 반발 출연 거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19일 07시 00분


1991년 드라마 ‘땅’ 조기종영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정치권력 등 외부의 압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외압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게 마련이다. 1991년 오늘 MBC 대하드라마 ‘땅’의 제작사 MBC 프로덕션이 1월 초 시작한 이 드라마를 4월 말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드라마 연출자 고석만 PD(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와 김기팔(작고) 작가 등 제작진은 물론 오지명, 길용우, 반효정 등 26명의 출연진은 드라마 종영에 대해 “외압이 작용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연기자들은 제작사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출연을 거부하겠다는 성명까지 냈다.

‘땅’은 4·19 세대인 국회의원 아들(조경환)과 복부인인 딸(김미숙)을 둔 부동산 재벌(오지명)가 집안, 이상주의자였다 빈민으로 전락한 남자(길용우)의 집안을 주축으로, 부동산 투기로 상징되는 현대사의 굴곡진 현실을 그려낼 계획이었다. 드라마는 첫 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 연설 장면 등을 비롯해 실제 정치 현장의 모습을 삽입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빈부격차, 정재계 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극중 인물들의 퇴폐적 장면,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통한 현실 비판적 시각 등과 관련해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섰다. MBC 등은 심의를 통해 대사 등에 대한 수정을 지시했다고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결국 1월24일 방송위원회는 ‘지나친 이분법적 묘사로 갈등과 대립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등 이유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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