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몰락’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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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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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여성 5인조 록밴드 삶 다룬 영화 ‘런어웨이즈’ 오늘 개봉

세상에 허벅지 보이고 싶어?
섹시한 화보촬영에
멤버들의 갈등 시작

팬들은 왜 보컬에만 열광해?
스포트라이트 받자
시기와 질투심 싹터

애완견처럼 살고 싶지않아!
매니저행패-혼란에
녹음실 박차고 나가



▲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의 영화 ‘런어웨이즈’. 사진 제공 플래니스

■ 영화대사로 본 밴드의 겉과 속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 'n Roll)!’ 1982년 미국 록 밴드 ‘조앤 제트와 블랙하츠’가 발표한 노래.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7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오늘 개봉하는 ‘런어웨이즈’(18세 이상 관람가)는 제트가 1976∼79년 몸담았던 여성 5인조 밴드 런어웨이즈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밴드는 5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체리 밤’ 등을 히트시켰지만 약물중독, 멤버 간 불화, 매니저와의 갈등을 겪으며 해체됐다. 이 영화는 음악을 통해 갑갑한 현실에서 탈출하려 했던 10대 멤버들이 겪은 가파른 성공과 몰락의 시간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다섯 소녀를 발굴하고 훈련시켜 스타로 만든 뒤 돈을 챙기다가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자 망설임 없이 밴드를 폐기처분하는 매니저 킴 파울리(마이클 섀넌)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밴드 멤버들과 파울리의 몇몇 대사는 30여 년 전 것이지만 요즘 대중음악 스타들도 현실 판단을 위한 참고용으로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살폈다.》

①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건 우리 음악이지 허벅지가 아니잖아!”

영화 ‘런어웨이즈’에서 밴드 런어웨이즈의 보컬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고민과 불만을 무대 위 과격한 섹시 퍼포먼스를 통해 쏟아낸다. 자아를 송두리째 방전해 버린 그에게 남은 것은 철저한 고독과 약물중독뿐이다. 사진 제공 플래니스  ☞ 사진 더 보기
영화 ‘런어웨이즈’에서 밴드 런어웨이즈의 보컬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고민과 불만을 무대 위 과격한 섹시 퍼포먼스를 통해 쏟아낸다. 자아를 송두리째 방전해 버린 그에게 남은 것은 철저한 고독과 약물중독뿐이다. 사진 제공 플래니스 ☞ 사진 더 보기
보컬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에게 다른 멤버들이 건넨 말. 섹시한 외모 덕에 발탁된 커리는 매니저의 말을 따라 일본 잡지에 실릴 화보 모델로 나선다. 노출 심한 옷을 걸치고 요염한 포즈를 취한 커리의 사진을 뒤늦게 본 멤버들은 불같이 화를 낸다. “네가 이렇게 옷을 벗어던지면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제대로 들어주겠어?” 화보집의 인기 덕에 앨범이 히트하면서 표면적 갈등은 수그러들지만 이때 파인 감정의 골은 조금씩 깊어져 결국 해체의 원인이 된다.

② “우리는 당신 소유물이 아니야!”

리더인 기타리스트 조앤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매니저에게 한 말. 데뷔 전 소규모 록 페스티벌을 전전하던 런어웨이즈 멤버들은 음악에는 신경 쓰지 않고 섹시한 무대매너만 강조하는 매니저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매니저의 답변은? “예술을 하고 싶어? 이건 사업이야!”

그의 말대로 순순히 섹스심벌 행세를 하던 커리에게 남은 것은 상실감과 약물중독뿐. 커리는 마침내 “애완견처럼 살고 싶지 않다”며 녹음실을 뛰쳐나가고 런어웨이즈는 해체된다. 눈앞의 성공에 취해 무엇을 내팽개쳤는지, 이들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

③ “곡은 내가 썼는데…. 사람들은 보컬만 기억해”

밴드의 리더는 기타리스트 제트지만 팬들은 뇌쇄적인 매력의 보컬 커리에게만 열광한다. 제트는 해체 뒤 친구들에게 “내 밴드였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누가 더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생각하기 시작할 때 그 밴드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다.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멤버 네 사람은 해체 과정에서 소송까지 벌였다. 존 레넌이 괴한의 총에 맞아 죽었을 때 장례식을 찾은 이는 드러머 링고 스타뿐이었다.

④ “로큰롤이 없었다면 죽거나 감옥에 갔을 거야”

새 밴드를 결성한 제트는 런어웨이즈의 옛 노래를 주제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다.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시골 주방용품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커리는 이 방송을 듣고 스튜디오에 전화를 건다.

“조앤, 난 음악을 그만뒀지만 죽지도 않았고 감옥에 가지도 않았어.”

매니저 파울리는 런어웨이즈 해체 후 “걔네들은 뒷골목에서 벼룩처럼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와도 삶은 끝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보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대중음악 스타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록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삶의 가치를 깨달은 듯 무심히 미소 짓는 커리의 얼굴을 라스트신으로 선택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동영상 = 영화 ‘런어웨이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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