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의 그 포청천, 그 목소리로 돌아왔다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때 그 성우 3총사, 노민-신성호-김태연씨 OBS ‘판관 포청천’ 호흡
“포청천 실제 목소리 가늘지만 얼굴 분위기 맞춰 굵게 소리내”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녹음실에서 성우 김태연 신성호 노민 씨(왼쪽부터)가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더빙하고 있다. 사진 제공 OBS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녹음실에서 성우 김태연 신성호 노민 씨(왼쪽부터)가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더빙하고 있다. 사진 제공 OBS
《“배고픈 백성은 언제든 폭도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일을 어찌 그냥 넘길 수 있단 말입니까.”(성우 노민 씨·포청천 역)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녹음실. 1일부터 OBS에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영한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더빙이 한창이었다. 쉬는 틈이 생길 때마다 성우들은 목소리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1995년 KBS에서 방영한 ‘판관 포청천’은 외화(外畵)로는 드물게 40%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부패 척결을 지휘하는 포청천의 강직함에 시청자들이 통쾌해했고, 이런 인기 덕분에 주연 배우 진차오췬(金超群)이 방한하기도 했다. ‘판관 포청천’이 지상파에서 다시 방영되는 것은 15년 만이다.

이번에 방영하는 것은 2008년에 새롭게 촬영한 것이다. 다섯 가지 에피소드(타룡포, 백룡구, 찰미안, 통판겁, 황금몽) 중 OBS는 타룡포 백룡구를 이루는 24편을 더빙해 방송한다. 진차오췬을 비롯해 15년 전 배우들이 그대로 나오며 더빙에 참여하는 주연 성우도 노민(포청천) 신성호(전조) 김태연 씨(공손책) 등 그대로다. 성우 경력 30∼40년인 이들은 15년 만의 녹음이 설렌다고 하면서도 ‘판관 포청천’이 옛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처음 이 드라마가 방영됐을 때에는 국내에 제대로 된 TV 사극이 없었어요. 판관 포청천이 인기를 끄니까 ‘우리나라 사극은 무얼 하고 있는가’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죠. 포청천이 요새 사극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노)

“그때는 군사정권 끝나고 얼마 안 돼 국민들의 억압된 감정이 분출할 시기였어요. 포청천이 친족은 물론 고관대작을 가리지 않고 비리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죠. 지금은 민주화가 돼서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시청자들 피부에 와 닿을지 모르겠습니다. 옛 세대들은 향수를 느끼겠지만, 우리나라 사극도 많은데 요즘 젊은 세대들이 볼지….”(김)

이번에 방송하는 ‘판관 포청천’은 권선징악이라는 기둥 줄거리는 같지만 화면과 극 구성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녹음하면서 보니 15년 전보다 촬영 기법이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화면도 고급스러워졌고 예전에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기둥 줄거리였는데 지금은 멜로 요소가 가미됐습니다. 내용 진행 속도도 빨라졌고요.”(신)

과거 호흡을 맞췄던 성우들이 다시 모인 덕분에 더빙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이날도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팔왕야’를 ‘팔야왕’으로 발음하는 실수가 여러 번 나왔지만 웃음과 함께 매끄럽게 넘어갔다.

외화를 처음 더빙할 때 성우들이 적합한 목소리 톤을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판관 포청천’도 처음 더빙할 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미 녹음해 본 배역인 만큼 적응 기간이 짧았다.

“원래 진차오췬 목소리가 가성이에요. 배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목에서 소리를 내더라고요. 처음엔 진차오췬 목소리가 얇아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엔 우리나라 드라마 분위기에도 맞고 실제 진차오췬 얼굴이랑 어울리게 낮고 굵은 목소리로 더빙을 했죠.”(노)

“원작 드라마를 보면 발음에 성조가 있어서 흥분한 목소리처럼 들려요. 그런데 공손 선생은 책사니까 일정한 톤을 유지했습니다. 원래의 소리하고는 괴리감이 있죠.”(김)

성우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나가니까 예전에 사랑했던 만큼, 다시 한 번 그런 마음으로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