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스캔들…선행…10년 공든 탑 ‘주먹’ 한방에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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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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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사람- ‘룸살롱 폭행’ 이혁재

이혁재. 스포츠동아 DB
이혁재. 스포츠동아 DB
세상은 점점 더 냉정해진다. 키를 쥔 사람들의 결정은 가차 없다. 전천후로 활동하던 개그맨 이혁재(사진)가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99년 MBC 공채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그의 10년간의 노력은 한 순간에 ‘폭행’이란 자극적인 단어에 가려졌다. 이혁재는 룸살롱 폭행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진 바로 그날 진행하던 KBS 쿨FM ‘이혁재 조향기의 화려한 인생’ DJ자리에서 해고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미 녹화까지 마친 KBS 예능 프로그램 ‘출발드림팀’ 제작진은 부랴부랴 촬영 분량을 다시 편집했다. 제작진은 이혁재의 출연 모습을 모두 삭제했고 어쩔 수 없이 모습이 나올 때는 ‘죄송하다’는 사과 자막을 삽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이혁재 방송퇴출 위기’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혁재 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놀랐다’를 지나, 이제는 ‘그 때 알아봤다’는 뒷말로 이어진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판단 근거는 과거 이혁재가 방송을 통해 쏟아냈던 다소 자극적인 발언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11월 라디오 진행 도중 게스트로 나온 그룹 비스트를 향해 “너희 그러다가 배틀 된다”고 말한 내용. 당시 이혁재는 그룹 배틀을 비하하는 뉘앙스로 뭇매를 맞다가 생방송을 통해 용서를 구했다.

그 때 “자진해서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던 이혁재는 “이번이 원아웃이니 두 번 실수하면 자진 하차하겠다”고도 말했다. 결국 스스로 인정한 원아웃 이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그는 타의로 프로그램 진행석을 내려왔다.

더 짓궂은 누리꾼들은 이혁재의 과거 발언까지 들춘다. 2008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출연 당시 이혁재가 박명수를 두고 “유재석 없이는 쓰레기”라고 했던 발언도 그 중 하나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지나고 보니 과거의 말들은 마치 폭행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징조였던 것처럼 퍼지고 있다. 익명성을 앞세운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이혁재의 발언들을 추적하며 논란을 부추긴다.

속해 있는 축구단과 함께 꾸준하게 불우이웃을 도와왔고 NGO단체인 기아대책과 함께 선행을 펼쳤던 이혁재의 노력은 종적을 감췄다. 연예계 생활 10년 동안 한 번도 스캔들 없이 생활했던 그의 과거는, 이제 문자 그대로 ‘과거’일 뿐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이혁재의 잘못이다. 한편으론 방송생활 10년은, 한 순간 스캔들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덧없는 시간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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