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디트]‘크리스마스 캐롤’ 3D효과 맡은 홍성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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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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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피로감 줄이는 작업… 한 장면 100번 넘게 봐요”

3D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이미지무버스디지털(IMD)의 홍성환 씨. 사진 제공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이미지무버스디지털(IMD)의 홍성환 씨. 사진 제공 디즈니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전체 관람가)은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의 VFX(Visual Effect·특수효과) 담당 업체는 이미지무버스디지털(IMD). 여기서 콤퍼지팅 기술 감독(Compositing Technical Director)을 맡은 사람은 한국인 홍성환 씨(34)다.

콤퍼지팅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사물과 배경이 한 화면에서 어색하지 않게 합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VFX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신직종이다. 국내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4년부터 미국 VFX 업체서 근무해 온 홍 씨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비롯해 ‘슈퍼맨 리턴즈’,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다이하드 4.0’, ‘아이언맨’, ‘적벽대전’의 특수효과를 맡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회사에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관객이 입체안경을 끼고 화면을 보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받아들이는 효과가 다르거든요. 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이물감이나 피로감을 줄이는 작업을 합니다. 한 장면을 100번 넘게 보다 보니 제 머리는 항상 어지럽죠.”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스크루지 영감이 영국 런던의 뒷골목을 유령과 누비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마치 스크루지 영감의 등에 탄 채 빗자루를 타고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도 “이 장면이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다”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끊임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주문했다”고 했다.

배우 짐 캐리는 ‘퍼포먼스 캡처’ 방식으로 스크루지 영감을 연기했다. 파란색 모션 캡처(몸의 움직임을 신호로 기록) 옷을 입은 그에게 컴퓨터는 스크루지 영감의 외피와 옷을 입혔다. 그가 쓴 헬멧에는 카메라가 달려 표정 연기를 낱낱이 담았다. 깐깐한 구두쇠에서 하룻밤 깨달음으로 인자하게 변한 스크루지 영감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실존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거죽을 덮어썼다고 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다. 홍 씨는 “스크루지 영감의 얼굴이 너무 사실적이면 거부감이 들고, 어색하면 컴퓨터 그래픽 티가 났다”며 중간에서 적당한 지점을 찾아 나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이어 17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개봉하며 할리우드는 3D 영화를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입체영화가 미래 영화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 한계에 대한 목소리도 공존한다. 그는 낙관적이었다. “짐 캐리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원 없이 연기했어요. 모든 것이 컴퓨터로 이뤄졌기 때문에 어떤 제약도 없었죠. 감독도 머릿속으로 그렸던 모든 앵글을 시도했으니까요. 사람의 표현력과 기술은 분명 한계가 있죠.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대잖아요. 그걸 충족할 때까지 3D 영화는 진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자료제공: 디즈니


▲ 자료제공: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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