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변했다 180° 변했다

  • 입력 2009년 9월 15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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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비빔밥’ 한혜숙 ‘천만번…’ 이미영 ‘솔약국…’ 김혜옥

안방극장의 엄마들이 변했다.

그동안 드라마 속 엄마들은 헌신과 희생의 대표주자였다. 자식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인자한 그리고 삶의 역경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드라마의 어머니상도 180도 변했다.

과거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말했던 어머니들이 이젠 자식 입에 있는 것을 빼앗아 먹을 정도의 ‘철없는’ 캐릭터들로 등장했다.

시청자들도 처음에는 과잉설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요즘 ‘철없는 엄마’ 연기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은 한혜숙이다.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 (극본 임성한·연출 백호민)에서 한혜숙이 맡은 피혜자는 ‘세상에 저런 엄마가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보석비빔밥’은 자식이 부모 속을 썩이는 이전 가족 드라마와 달리 철없는 부모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혜숙이 연기하는 피혜자는 자식에게 집안 살림을 모두 맡기고 자신을 꾸미기에 바쁘다. 50대 중반인 그녀는 자식 몰래 가슴 확대수술을 받고 큰딸에게 수술비 600만원을 넘긴다.

또 상견례에 입고 갈 옷이 없다며 백화점에서 형편에 맞지 않는 고가의 옷을 구입한다.

그동안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에서 한혜숙이 연기했던 희생적인 모정과는 딴판이다. 드라마는 한혜숙의 파격 변신에 맛깔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방송 4회 만에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대리모 소재를 다룬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극본 김사경·연출 김정민)의 이미영. 여주인공 이수경의 엄마로 등장하는 그녀는 철도 없고 변덕이 죽 끓듯한다. 여기에 씀씀이도 헤프고 세상물정은 전혀 모른다. 남편의 병원비를 구할 생각도 못하고 딸에게 의지하며, 형편이 어려워 전셋집으로 이사하자 작은 집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인물이다. 철이 없다보니 자신을 공주로 착각하는 엄마는 또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솔약국집 셋째 아들의 장모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김혜옥이 그런 캐릭터다.

항상 파티용 흰 장갑을 즐겨 끼고, 화려하고 큰 모자를 쓰고 다녀 ‘떠다니는 호화유람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온실 속 화초인 것 마냥 궂은일, 힘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렇듯 안방극장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애물단지로 되어버린 것에 대해 ‘보석비빕밥’의 집필을 맡은 임성한 작가는 “뉴스나 신문을 통해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이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며 “시대도 변했고, 과거에 참기만 하던 어머니 상은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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