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재범 ‘어게인’ 외쳐야하는 까닭

  • 입력 2009년 9월 10일 08시 02분


코멘트
한국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2PM의 재범(사진)이 8일 팀에서 나와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논란이 일어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그가 과거 지인과 온라인으로 주고받은 글 중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본다면 나이 어린 교포 3세가 한국에서 인기스타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정작 속으로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잔잔한 호수에 폭탄을 던진 듯 난리법석이던 지난 3일 동안 정작 문제의 글을 쓴 시기, 그때의 심경, 그의 성장배경과 미국의 언어습관 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gay’ ‘hate’ ‘wack’이란 단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고 또 그 단어를 쓴 문장이 어떤 뉘앙스를 담고 있는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이번 파문은 최초 번역자가 퍼트린 문장들을 누리꾼이 아무 의심이나 거부감 없이 100%%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커졌다. 재범은 순식간에 ‘한국에서 돈만 벌고 군대도 안가고 결국 미국으로 돌아갈’ 사람이 됐다.

재범의 입장을 옹호하는 측은 ‘gay’는 비속어이긴 하지만 그 또래에서 친구들끼리 흔히 쓰는 단어라고 주장한다. ‘역겹다’는 의미보다 ‘짜증나’ 정도로 해석되어야 하고, ‘hate’란 단어도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짜증낼 때도 쓰는 흔한 단어라는 것. 또한 재범이 쓴 다른 글에서 ‘한국 사람들은 다 연예인 같아, 내가 옷을 제일 잘 못 입어’ ‘내가 한국이란 사실이 부끄럽지 않아’ 등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뒤늦게 발견됐다.

미국서 나고 자란 그가 한국에 올 때 나이는 불과 18세. 어린 나이에 몸으로 겪어야 하는 한국의 낯선 문화와 언어는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고단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언제 데뷔할지 기약 못하는 상황이 불안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문제가 된 그 글은 그런 심경을 18세 어린 마음에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친구에게 토로한 것이다.

우리가 재범에게 비난의 돌을 던지기 전 이런 것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단지 온라인에서 그를 비난하는 주장이 주목을 받자 순식간에 ‘마녀사냥’, ‘토끼몰이’식 온라인 여론재판이 벌어졌다. 범법자도 아닌데 시간을 조금 더 두고 해명할 기회를 한 번 줬으면 어땠을까. 해명을 들은 후 거취가 결정되어도 늦지 않았을 것 같다. 이제 한국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재미동포 3세에게 모국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 ‘과잉친절’일까.

재범이 이렇게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를 ‘한국을 싫어했던 철없는 교포’ 혹은 ‘제 2의 유승준’ 쯤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에게 그런 낙인이 찍힌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화보]“재범,가지마” 2PM탈퇴한 재범 출국 현장
[화보]‘상큼한 터프?’ 7인조 남성 아이들 2PM
[관련기사][동영상] “굿바이 2PM”…재범, 결국 자진탈퇴
[관련기사]빽가 “무서운 사람들, 또 손가락으로 살인”…재범 탈퇴에 분노
[관련기사]‘2PM 탈퇴’ 재범, 팬 눈물 배웅속 美출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