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지각 한번 안했다” 진행 7000회 맞은 배철수

  • 입력 2009년 5월 13일 07시 48분


10년만 채우자…어느덧 여기까지 DJ 생활중 저녁 약속은 꿈도 못꿔

“7000회를 진행하는 동안 6950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햇수로 19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배철수는 변함없이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오후 6시)의 DJ 자리를 지키고 있다.

17일로 방송 7000회를 맞는 배철수를 서울 여의도 MBC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장장 19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지켜온 소감에 대해 배철수는 “그냥 오늘도 방송할 뿐”이라는 무덤덤한 말로 시작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시작한 건 90년 3월19일. 당시 드물던 팝 전문으로 신설된 ‘음악캠프’는 1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팝 음악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년 동안 한 번도 저녁 약속을 잡지 못했죠. 늘 점심 약속 밖에 잡을 수 없어요. 저녁식사는 방송이 끝나고 집에 가서 9시쯤 먹지만 20년 습관이니 이젠 익숙해요.”

오랜 방송 일정 때문에 생활습관까지 바뀌었지만 “주변에서 7000회라고 얘기하니까 알지, 오래됐다는 실감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배철수는 “그동안 관두고 싶은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지난날을 돌이켰다. 록밴드 송골매의 9집 음반으로 활동하던 도중 라디오 부스에 앉게된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온 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7년이 흐른 뒤였다.

“권태롭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관두고 싶었지만 10년은 채우자는 마음으로 결단을 미뤘다”며 “정작 10년째가 되니 제작진에게 미안한 생각에 1년씩 미루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7000회 방송 동안 지각, 펑크, 심의기관 지적 한번 없어

7000회라는 엄청난 방송 횟수 만큼 실수도 여러 차례 범했을 것 같지만 배철수의 대답은 뜻밖이다.

“얼핏 보면 막 사는 사람처럼 보여도 나는 굉장히 섬세한 사람”이라며 “19년 방송하는 동안 심의기관에서 단 한 번도 지적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기억에서 떠올린 실수는 딱 한 번. 2000년 오프닝 음악을 고르다가 30초 동안 무음 상태가 지속된 것 뿐이다.

“방송사 직원이 아니어서 시말서를 쓸 수도 없었다”고 돌이킨 배철수는 “이 실수를 뺀다면 한 번도 방송에 지각하거나 펑크 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로 살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묻자 그는 주저없이 “처음 작업한 PD”를 꼽았다. 배철수가 말한 PD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인 MBC 라디오본부 박혜영 부국장이다. 배철수는 “방송 매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내가 첫 PD를 잘 만나서 큰 모양을 갖췄다”고 말한 뒤 “물론 처음부터 사심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취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젊은 청취자와의 끈임없는 대화”를 꼽았다.

“점심 한 끼를 먹어도 젊은 친구들과 먹고 자주 얘기하려고 노력해요. 라디오는 소통입니다. 청취자와 대화하고 음악을 같이 듣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죠. ‘음악캠프’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주청취층은 변함없이 20대에요.”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관련기사]MC 배철수 “장수 혹은 단명, 중간은 없다”

[관련기사]숫자로 본 ‘배철수의 음악캠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