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드라마 웃기거나 불륜이거나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흥행코드 무한복제 눈총

‘코믹하게 웃기거나, 또다시 불륜에 빠지거나.’

시청률 고공비행을 했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1일로 종영하자 최고의 드라마 왕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웃음에 주력하는 코믹물이거나 치정에 얽힌 불륜드라마들이 대세를 이루며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는 작품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표적 코믹 드라마는 MBC ‘내조의 여왕’.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5일 16회는 전국 시청률 29.2%에 이른다. 주연배우 김남주 오지호 이혜영 윤상현의 코믹 연기가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KBS2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사진)’도 만만치 않다. 3일 8회를 방영하며 아직 초반부지만 시청률 23.9%를 차지해 주말 드라마 1위에 올랐다. 4형제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장남 진풍(손현주)이 툭하면 넘어지고 벽에 부딪히는 몸개그를 펼치는 등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지난달 27일 동시에 첫 방송된 수목드라마 SBS ‘시티홀’과 KBS2 ‘그저 바라보다가’도 가벼운 분위기라면 빠지지 않는다. 황정민 김아중이 출연하는 ‘그저 바라보다가’는 SBS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썼던 정진영 김의찬 작가의 밝은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시티홀’도 영화 등에서 코믹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차승원 김선아가 주연을 맡은 코믹물이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여전히 많다. ‘아내의 유혹’ 후속작인 SBS 일일드라마 ‘두 아내’도 불륜 통속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4일 첫 방송한 ‘두 아내’는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한 남성이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전처를 찾아가는 내용. 유부남을 둘러싼 두 여자의 3각 관계를 그린다.

평균 20%의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 아침드라마로 자리 잡은 MBC ‘하얀 거짓말’도 불륜과 복수가 얽힌 치정 통속극이다. 여주인공 은영(신은경)이 아이를 낳고도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복수하려고 그의 이복동생과 결혼을 꾀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고 있다. 이 밖에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나 KBS2 아침드라마 ‘장화 홍련’도 불륜을 다루기는 마찬가지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TV 드라마의 제작진이 ‘불륜’과 ‘코믹’을 경기불황 분위기에서 안전한 흥행코드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 장르가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몰리는 경향은 시청자의 다양한 볼 권리를 뺏는다는 측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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