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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30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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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이 6개월이나 방영됐어요. 촬영 끝난 뒤 어떻게 지냈나요?
"촬영 끝난 지 1주일 됐는데, 쉬지는 못했어요. 인터뷰도 하고 개인적인 일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한의원하고 피부과도 가고요. 몸이 좀 아파서요. 드라마를 7개월 동안 찍는 동안 힘든 장면도 많았어요. 극중 교빈이 저를 바다에 빠뜨리는 장면을 지난해 10월에 찍고, 건우가 바다에서 저를 건지는 장면을 11월에 찍었거든요. 강행군하다보니 몸이 좀 상한 것 같아요."
-시청률도 높았고, SBS 하금열 사장도 현장에 와서 격려했는데 소감이 어때요?
"섭섭하고 서운하죠. '인어 아가씨'(MBC, 2002~2003년)로 '대박'이 난 뒤에 저는 (작품을) 꾸준히 했지만 사람들은 "(장서희가) 한물 갔구나" "운이 좋았던 거야" 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내의 유혹'으로 재기했잖아요. '인어 아가씨' 때보다 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요."
-처음에 작품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컸나요?
"'아내의 유혹' 전만 해도 SBS 일일극은 명성이 없었잖아요. 7시 15분 시간대에 TV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요. 첫 방송분 시청률이 11%가 나왔는데 좋은 출발이었죠. "장서희 복귀, '인어 아가씨' 이을까"라는 기사도 나오고 "또 복수극이야?"라는 시선도 있었어요. 서서히 시청률이 올랐고, 은재가 복수를 시작하면서 탄력이 붙었죠. 특히 탱고 추는 장면 나올 때요. 시청자들이 은재의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 하셨던 것 같아요. 은재 응원도 해주셨고요. 그런데 중반부에 드라마가 산으로 갔으니까요. 하하."
-극본 방향이 잘못된 건가요?
"그것을 주연배우로서 말 할 수 없죠. 작가선생님 극본이 재밌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일일드라마 130회가 주인공의 복수만으로 꾸며질 수 없잖아요. 90회 정도에 복수를 쏟아 붓는 장면들은 일단락됐고, 뒷부분은 주변 이야기인데 "은재 복수가 계속됐으면 좋겠는데, 왜 주변인물이 나오는 거야"라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은 변하지 않지만 드라마가 길게 갈수록 주변인물이 스토리를 만들게 되요."
-캐스팅 때 에피소드 같은 것 있었나요?
"감독님이 "서희, 네가 은재 해줘서 너무 기쁘다"고 하셨죠. 김순옥 작가님은 저를 굉장히 믿어주셨어요. 은재가 변신할 때마다, "내가 그린 민소희와 구은재를 100% 표현해서 수고가 많다"는 문자를 보내주셨고요. 변신할 때 저도 우려를 많이 했죠. (은재 얼굴에) 점 하나 찍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될까 하는 걱정)…. 결국 점 찍은 것과 단발머리를 예능 프로그램도 패러디하고…."
-'개그 콘서트'에서 얼굴에 점찍고 돌변하는 것은 변신이 우스울 정도로 말이 안 된다는 점에서 패러디한 것 아닌가요?
"저는 관심의 표시라고 생각해요. 개그 콘서트는 무대위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는 것인데, 관객들이 모르면 분위기가 차가와질 수 있잖아요. (제가) '나를 놀려?'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요새 세상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인기의 반영이라고 생각하고. '무한도전' 정준하 씨한테도 그렇게 말했어요. 더 패러디 많이 해 달라고요."
-은재의 변신이 너무 빠르고 쉽게 이뤄져 '구느님'이라는 별명을 붙었는데.
"저도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비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잖아요. 그런 것을 다 따지려면 다큐멘터리를 봐야죠. 실제 사람이 점하나 찍었다고 돌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더 연기에 중점을 둬요. 제가 "점 하나 찍었다고 엄마 아빠가 못 알아봐"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안되요. 제가 은재처럼 변했다고 생각하고 푹 빠져서 연기하면 보는 사람도 동화되는 것이죠. 시청자 말씀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도 가끔 대본 보면서 웃었죠. 하지만 그러면 죽는 역하는 배우는 진짜 죽어야 되게요? 그것을 진짜처럼 연기하는 것이 배우잖아요. 점 하나 찍어도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는 게 배우죠."
-대본 보면서 웃었던 부분이 어디인가요.
"하하. 왜 자꾸 캐려고 하세요. 드라마 끝나는 마당에 '이것은 말이 안 됐어요' 그런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 저는 괴롭죠. '비하인드 스토리'는 우리끼리 아는 것이고, 그걸 기사화하면 제 스스로 드라마 욕하는 것 밖에 안 되잖아요. 그냥 우리끼리 가볍게 웃었다는 얘기예요."
-상황이나 캐릭터가 갈 데까지 갔다는 등의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거기 동의하다고 하면 주연배우로서 제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네가 출연하니까 그렇지" 라는 말씀 하실 것 같고…. 제가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다면 우려는 하죠.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배우잖아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 드라마 편을 들고 싶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재미로 봐주세요. 하지만 폭력성에 대한 지적은 청소년도 보는 시간대니 문제라는 것도 알아요. 시청자 말씀도 맞지만 관대하고 폭넓은 시각에서 봐달라는 부탁이죠. 장단점이 모두 있는 것이잖아요? 저는 이 드라마로 재기했고, 사랑 받았는데 저에게 '갈 데까지 간 드라마'라는 평에 대해 어떠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어요. 배우 장서희로서는 너무나 의미 있는 작품이었어요."
-드라마는 성공했지만 이미지가 굳었다는 걱정은 안 되나요?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의 반응들이 "연기 잘 한다", 감독님들도 "어떤 역할 맡겨도 안심된다"는 말하셨고요. 은재는 강한 면과 부드러운 면 등을 두루 갖고 있어서 이미지가 고정됐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게 '착한 복수녀'로 굳는 것 아닌가요?
"캐릭터가 없는 배우들이 더 많잖아요. 차라리 "이 분야에서는 장서희 만큼 할 수는 없어"라는 소리 듣는 것이 났죠. 이 역할도, 저 역할도 안 어울리고 기억이 안 나는 배우도 많아요. 저는 일일드라마가 두 번 잘됐고요. '일일드라마의 여왕' 얘기 듣는다면 오히려 좋죠. 일일 드라마가 '인어 아가씨' 이후로 스타들의 등용문이 됐어요. 신인 배우들도 일일드라마를 거쳐서 미니 시리즈 하는 경우가 많고요. 이번에도 오후 7시 대 드라마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제 또래보다도 젊고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했죠. 이것이 일일드라마가 아니라, 주중 미니시리즈였다면 젊은 여배우들이 서로 하려고 달려들었을 거예요. "장서희는 복수극이야"라고 한다고 해도 기뻐요. 복수하면 저를 0순위로 뽑을 것 아녜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네요.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인어 아가씨' 끝나고 한동안 슬럼프가 있었거든요. 그 때 "여유를 가지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생각했죠. 지금도 "나한테 또 복수극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기 전에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면 만족해요. "복수극의 여왕?" 하하. 시청률도 잘 나왔잖아요."
-연기하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
"푼수 캐릭터? 아내의 유혹의 '하늘'이 같은 역이요. 변신한다면 그런 것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장서희는 하늘이가 안 어울려" 했던 분들이 "아니었어, 내 판단이 틀렸어"라고 말하게요."
-과거에 서운했던 일이 있던 것 같아요.
"'인어 아가씨' 주인공을 처음 맡았을 때 윗분들은 안 된다고 했는데, 임성한 작가가 저를 고집해서 역을 맡은 것이거든요. "장서희는 조연 연기자라 주연은 절대 안돼" 이런 고정관념이요. 그래서 선입견 갖고 있는 사람들을 싫어해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설움 때문에 장서희는 안 된다는 사람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1972년생으로 만 서른일곱 살인데 훨씬 젊어 보여요.
"이것도 노력의 일부죠. 여배우가 예뻐 보이는 것은 연기를 잘 할 때지만 얼굴을 가꾸는 것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세월을 거스르는 것은 안 되지만, 피부가 이왕이면 굵은 주름을 잔주름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요즘은 얼굴을 안 가꾼 배우는 게으르다고 생각하니까요. 연기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모 가꾸는 일도 중요하죠."
-비판을 많이 받은 드라마인데 칭찬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한 용감한 드라마라고요. 사건 전개가 굉장히 빨랐잖아요. 한 회를 안 보면 어떻게 된지 모르는 속도감이요. "일일드라마는 가족극이어야 한다" 그런 것을 떠나서 속도감과 과감한 전개요. 단점도 있죠. 너무 과감하니까 욕먹는 것이 단점이죠."
-존경하는 배우가 있나요?
"김혜자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이요. 김혜자 선생님은 정말 오랫동안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신 '국민배우'시잖아요. 박근형 선생님은 저하고 드라마를 5번 같이 했어요. 저한테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박근형 선생님이 '인어 아가씨' 때 "배우는 빨리 채우고, 빨리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배우가 작품에 몰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끝나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많이 사랑받고 큰 상 받아도 빨리 버려야한다고. 배우는 한 가지만 할 수 없잖아요. 수없이 많이 해야 하는데. "왕년에 나 이랬는데" 이런 것은 보기 싫잖아요. 저도 드라마가 끝나는 동시에 은재를 버릴 거예요. '인어 아가씨' 때는 아리영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너무 안 좋았어요. 사랑받았던 부분은 감사한 추억으로 남겨놓고, 은재에게서 빨리 벗어나야죠."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