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와 정치인의 진실게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45분


“저에게는 정보를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30일 개봉하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15세 이상 관람가)에서 가상 신문사인 ‘워싱턴글로브’의 신참 기자가 취재원과 통화 중에 하는 말이다.

실제 취재 중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대개 그렇지 않다. 취재원에게 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기자의 권리가 아니라 직업적 의무다. 주인공인 베테랑 기자 칼 매카프리(러셀 크로)처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건네는 살가운 인사가 필요한 답을 듣는 데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촉망받는 하원의원 스티븐 콜린스(벤 애플랙)의 청문회 보좌관이 지하철역에서 살해당한다. 콜린스의 죽마고우인 15년차 사회부 기자 매카프리가 신참 델라 프라이(레이철 맥애덤스)와 짝을 이뤄 사건의 내막을 추적한다는 이야기. 익숙한 설정이지만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전편을 집필했던 토니 길로이가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영화 속 신문기자의 모습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로 인정받으려면 매카프리처럼 특종 기사를 써야 한다. 특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취재원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기 마련이다. 부패한 정치가가 매카프리에게 “이 헛소리가 정말 기사로 나갈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다그치는 장면은 점잖은 편이다. 워싱턴포스트 사무실을 본떠서 만든 ‘지저분한’ 편집국 사무실처럼 영화는 기자의 좋은 면만 보여주지 않는다. 콜린스는 무리한 취재를 고집하는 매카프리에게 “친구 마음 다치는 데는 관심도 없고 잘난 ‘사실’만 좇는 위선자”라고 비난한다.

영화 말미. “너는 네 생각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조소를 던지는 비리의 원흉에게 매카프리는 대답한다. “왜? 이젠 신문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며칠 시끄럽다가 곧 잊혀질 테니까? 그래도 난 믿어. 누군가가 진실을 써주기를 원하는 독자 몇 사람이 내일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영화는 ‘원하는 단서는 현장에 있고 마지막까지 현장에 머무는 기자가 특종을 문다’는 취재의 기본 원칙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비리 조직의 온상으로 워터게이트 빌딩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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