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종이 족쇄’ 많아… 희로애락 포기못해”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경극 영화 ‘매란방’을 들고 한국을 찾은 천카이거 감독과 배우 장쯔이, 리밍 씨(왼쪽부터). 연합뉴스
경극 영화 ‘매란방’을 들고 한국을 찾은 천카이거 감독과 배우 장쯔이, 리밍 씨(왼쪽부터). 연합뉴스
장쯔이 ‘매란방’ 홍보차 방한

천카이거 “개인의 존엄 그려”

천카이거(陳凱歌·57) 감독을 대표하는 영화는 16년째 ‘패왕별희’다.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의 신작 ‘매란방’(4월 9일 개봉)은 ‘패왕별희’처럼 경극을 소재로 한 영화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서 비슷한 이야기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천 감독은 “주제가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답했다.

“진정한 역량을 내면에 감추고 외부의 압력을 꿋꿋이 이겨내는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20세기 초 중국 경극의 변화에 앞장선 주인공 매란방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평생 노래한 사람이었죠. 영화를 본 관객이 그의 삶을 통해 작은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리밍(黎明)이 연기한 매란방은 1930년 미국에 진출해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공연을 가진 경극 명인이다. 천 감독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여성 연예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며 “매란방이 무대를 위해 사랑을 포기했듯 연예계에 종사하다 보면 누구나 내면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에 접하게 되는데 이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매란방의 연인인 남장 전문 경극배우 맹소동 역을 맡은 장쯔이(章子怡)도 함께 한국을 찾았다.

장쯔이는 얼마전 인터넷에 공개된 자신의 해변 수영복 사진에 대해 “이번 영화 속에 나온 ‘종이 족쇄’처럼 연예인의 삶을 제한하는 장애물이 많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희로애락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맹소동의 노래는 여성 경극 배우가, 매란방의 노래는 매란방의 친아들이 대신 불렀다.

“두 달 반 동안 경극 연기 훈련을 받았지만 노래는 아무리 연습한다 해도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립싱크가 어색하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일찌감치 마음을 접어서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장쯔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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