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연기 그렇게 강렬했나요?”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SBS ‘아내의 유혹’ 변우민 “노숙자 분장 CF도 촬영”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에서 변우민(44·사진)이 악하고 못난 남자 교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내 은재(장서희)를 죽이려 했다가 벌을 받는 게 두려워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교빈은 얼굴에 연탄을 바르고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대변까지 손에 묻힌다.

“노숙자 연기가 시청자들의 인상에 남았나 봐요. 최근 ‘노숙자’ 분장을 하고 통신사 광고도 촬영했어요. ‘집 나가면 바보 된다’는 내용이죠.”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SBS일산제작센터 대기실에서 만난 배우 변우민은 “(나는) 굴곡이 많은 배우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영화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1987년)로 데뷔한 변우민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년)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청춘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는 배우라기보다 엔터테이너였다”며 “경쟁하는 스타도 많지 않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영화 드라마 출연이 뜸했던 그는 MBC 아침극 ‘있을 때 잘해’(2006년)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번 ‘아내의 유혹’으로 재기했다.

“잠시 드라마 해외 배급 사업을 했는데 2003년쯤 일본 ‘이마진’이라는 기획사의 부사장이 ‘배우라면서 왜 출연 작품이 없느냐’고 물었어요. 충격을 받고 ‘내가 딴 짓하고 있구나. 이제부터 다시 도전해야겠다’ 하고 생각했죠.”

변우민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선댄스 액팅 스쿨’에서 연기 수업을 받거나, 영국 ‘비달 사순 스쿨’에서 헤어 디자인과 피부 관리를 배우기도 했다.

“10년 중 4∼5년은 외국에서 여행하고 공부하며 보냈을 거예요. 돈 벌면 그때그때 다 쓰고 돌아왔죠. 1995년에는 해외 크루즈배의 선원으로 청소하고 통역하며 3개월 동안 미주 대륙을 일주했어요. 그러고 나니 여유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는 평소 쉬는 날에는 고양시 일산의 집 근처 찜질방에서 아주머니들과 얘기를 나누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등 소탈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일이 안정되면 15년 연하인 여자친구에게 청혼할 계획도 있다.

“인생은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왼손은 주어진 운명, 오른손은 만드는 운명. 부모 형제, 내가 배우가 된 것이 주어진 운명이라면 나머지 반은 개척하는 거죠. 길흉도 반반이고요. 조심하고 살아야죠.”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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