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하이라이트]TV속으로 떠나는 배낭여행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KBS ‘걸어서…’ 여행자 감성 생생하게 전달

어디든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가 더러 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나는 집에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나의 삶을 보내야 할 곳 가운데 지구상에서 이보다 나쁜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고 적었듯.

그럴 때가 있다. 현실이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을 때. 나는 배낭을 메고 TV 속으로 떠난다.

여러 여행 프로그램 가운데 KBS 1TV ‘걸어서 세계 속으로’(토 오전 10시)는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프로그램이 차별화되는 까닭은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는 인터넷과 안내서에 넘쳐날 정도로 많다. 여행지를 돌아보는 ‘나’의 이야기, 그 동네 사람과 나누는 일상대화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어서…’는 PD가 배낭 여행자가 돼 직접 6mm 카메라로 촬영, 구성한 내용을 ‘나는∼’으로 시작하는 내레이션으로 소개한다. 다소 거칠지만 친한 친구와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람’이나 ‘관광’보다 서민의 일상을 함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1일 방송된 ‘사막에 핀 붉은 문명-요르단’ 편에서 박용석 PD는 암만에 사는 중산층 모하메드 씨 가정을 찾아갔다. 부부 침실보다 거실을 화려하게 꾸밀 정도로 손님 환대를 중시하는 풍습, 아랍의 대가족 문화, 가사 분담 등 사회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히잡을 쓰는 안주인의 모습 등이 요르단의 ‘지금’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12월 27일 방영된 ‘내 삶의 오아시스-영국 런던’ 편에서 김정수 PD는 뒷골목 악기상가를 지나면서 낙원상가를 떠올리고, 100년 된 펍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맥주를 마시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삼겹살 집을 생각한다.

화자는 때로 말없이 음악과 풍광만을 담담히 보여준다. 삽입곡을 알려달라는 시청자 요청이 많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매회 선곡 표를 별도로 올린다.

여행이 일상화된 시대에 여행 프로그램은 정보와 간접체험을 제공한다.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떤 식당의 음식이 맛있고’ 하는 안내 위주에서 여행자의 감성과 경험이 묻어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걸어서…’ 외에 시청자가 여행지에서 촬영해 온 내용을 소개하는 KBS 1TV ‘세상은 넓다’(월∼금 오후 5시 40분), 세계 각국의 음식을 통해 문화를 들여다보는 MBC TV ‘요리보고 세계보고’(월∼목 저녁 5시 20분), 소설가 김연수, 만화가 이우일 씨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가 여행지 정보를 전달하는 EBS TV ‘세계테마기행’(월∼목 오후 8시 50분) 등이 전파를 타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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