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서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면”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유하-조인성 ‘쌍화점’을 말하다

○ 유하

“자아 찾으려 몸부림치다

허망하게 지는 청춘 그려”

○ 조인성

“죄-쾌락-애정연기 뒤섞어

꽃미남 이미지 전복시켜”

사랑의 근본은 몸일까 마음일까.

30일 개봉하는 ‘쌍화점’은 리안 감독의 ‘색, 계’를 닮았다. 몸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끝나버린 남녀의 사랑을 고려 말로 시대를 옮겨 다시 그린 느낌이다.

왕의 침실수발을 들던 미남 호위무사 홍림(조인성)은 왕비와 육체관계를 맺고 나서 왕을 저버린다. 영화는 발기불능인 왕의 대를 잇기 위해 억지로 잠자리를 함께한 남녀의 욕정이 목숨을 건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하(45) 감독과 조인성(27)은 “사랑에서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선후(先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하=몸이 마음을 앞서간 관계에 대한 얘기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홍림은 어렸을 때 궁에 들어와서 왕에 의해 동성애자로 길러졌습니다. 왕비와의 동침이 성 정체성을 찾는 계기가 됐죠. 10년 넘게 독수공방한 20대 후반 왕비는 처음 만난 쾌락에 불타오를 수밖에요. 이들의 성행위는 자아를 찾고 고독을 잊으려는 몸부림입니다.

▽조인성=왕을 연기한 주진모 씨와의 정사 장면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왕비 역 (송)지효 씨와의 베드신 수위도 높았죠. 그래도 상황에 납득이 가면 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들이 품은 감정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려면 꼭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어요. 진모 씨나 지효 씨를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끌어안았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미인도’의 베드신은 순정만화처럼 뽀얗게 처리돼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쌍화점의 베드신은 거칠다. 뒤엉킨 남녀 또는 남남의 땀 흘리는 육체는 똑바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체위도 서슴지 않는다. 미인도의 베드신이 가벼운 유희라면 쌍화점의 그것은 필사적인 살풀이다.

▽유=홍림은 20대 초반의 혈기 방장한 청년이에요. 억눌렸던 성욕을 분출할 대상을 찾은 평범한 남성을 연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배경은 엄숙하지만 결국 상화(霜花·꽃처럼 곱게 내린 서리)처럼 허망하게 스러지는 청춘을 그린 이야기죠.

▽조=‘배우들이 많이 벗는 영화’라는 얘기가 나돌더군요. 옷과 함께 예전의 조인성을 많이 벗는 경험이 됐어요. 흔들리는 눈빛, 어색한 몸짓, 불안한 청춘…. 그런 이미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군 입대를 앞둔 20대 후반의 나이에 또 한 번 같은 모습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은 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 영화의 정사 장면은 여덟 번. 대규모 세트를 써야 하는 사극의 특성상 모든 장면을 순서대로 촬영할 수는 없었지만 유 감독은 베드신의 촬영만은 차례대로 했다. 배우들이 감정에 몰입해 가는 과정을 스크린에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홍림과 왕비의 첫 동침에는 망설이고 슬퍼하는 느낌이 강하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쾌락을 느끼고, 서고(書庫) 밀회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합니다. 주고받는 눈빛에서 죄의식과 쾌락, 애정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짙어지는 느낌이 관객에게 전해지면 좋겠어요.

▽조=감독님은 꽃미남 이미지를 불온하게 역전시켜보고 싶다고 하셨죠. 순수한 남자 요정처럼 나오는 CF의 모습을 어느 정도 뒤집고 도발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역 후에 바로 또 노출 연기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매번 벗고 나올 수는 없잖아요.(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주목! 이 장면▼

“칼싸움 장면, 베드신보다 몇 십 배 더 어려웠다”

유하 감독과 조인성은 “베드신보다 칼싸움 장면이 몇 십 배 더 어려웠다”고 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처럼 감정이 제대로 담겨 있는 큰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촬영용으로 제작한) 칼이 수없이 부러져 나가면서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고 조인성은 촬영 막판 어깨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어가며 촬영했다. 그 노력은 긴장감 넘치는 격투 장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영상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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