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배추 받고 굿 해주는 무당… Q채널 ‘영매’

  • 입력 2008년 7월 11일 02시 59분


▽Q채널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오후 10시)=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아 운파상을 수상한 작품. 철거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행당동 사람들’ 등을 연출한 박기복 감독이 1년 6개월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무당들의 모습을 담았고 영화배우 설경구가 무료로 내레이션을 맡았다.

무당하면 흔히 작두를 타고 춤을 추거나 죽은 이의 말을 대신 전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은 죽은 사람의 메신저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무당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작품은 경북 포항의 동해안 별산굿 풍어제를 시작으로 한강 이남의 세습무와 중부의 강신무 등 다양한 무당굿을 보여주며 무당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팔순을 바라보는 채정례 씨는 같은 무당인 언니 둔굴 씨와 함께 산다. 정례 씨는 중풍에 걸려 꼼짝 못하는 둔굴 씨를 보살피며 살고 있다. 평생 하대를 받으며 고생스럽게 살아온 이들의 사연이 담담하게 소개된다. 촬영 막바지에 둔굴 씨가 숨지자 정례 씨는 외로운 말년을 보낸 언니를 위해 손수 씻김굿을 준비한다.

한 맺힌 엄마 몸신이 들어와 괴로워하는 전남 진도의 박영자 씨 사연도 소개된다. 농촌에 사는 박 씨는 농사와 무업을 병행한다. 그는 무병으로 몸이 아파서 약을 먹으면 오히려 더 아프고 굿을 해야만 몸이 낫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몸신을 위해 굿을 벌여 아픈 몸을 달랜다.

27세에 신내림을 받아 10년째 점을 치고 굿을 하는 박미정 씨는 굿을 의뢰받을 때 돈 대신 배추를 갖다주는 노점상의 요청도 흔쾌히 받아준다. 큰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후 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지노귀굿을 박 씨에게 부탁하는 한 아주머니의 모정이 절절하게 화면에 담긴다. 박 씨는 이승의 어머니와 저승의 아들이 만나는 자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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