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이후 55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겼던 DMZ. 이곳에서는 희귀종인 두루미가 습지의 새 주인이 됐다.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체르노빌에선 처음에 쥐들이 들끓었지만 곧 야생 보아뱀과 늑대 등 거대 포식자가 등장했다.
인류가 없는 도시에선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석조건물이 붕괴된다. 에펠탑 역시 관리를 않은 탓에 수십 년 내 쓰러진다. 지하도에는 지하수가 솟구치고 하수구가 무너지며 전등은 불타고 화염은 도시를 삼켜버린다.
동물 세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온다. 쥐들은 음식 쓰레기가 줄어들면서 굶어 죽거나 매의 먹이가 되고 곰과 늑대 등 야생 동물들은 인간이 사라진 도심으로 몰려온다. 이로 인해 미국은 현재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것보다 세 배나 많은 동물들의 서식지로 변한다. 이 상황에서 인간의 자취를 철저하게 없애버리는 것은 바로 식물. 수십 년 내 인간이 건설한 모든 것을 식물들이 뒤덮게 된다는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