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속에 미소년은 없어…손짓 하나도 연습했어요”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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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 여자 ‘은찬’ 역을 맡아 인기몰이 중인 윤은혜는 “하이힐을 신고 드레스를 차려 입는 것보다 남장 여자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 여자 ‘은찬’ 역을 맡아 인기몰이 중인 윤은혜는 “하이힐을 신고 드레스를 차려 입는 것보다 남장 여자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프라푸치노∼. 생크림 가득요!!!”

‘커피를 자주 마시진 않으나 풍부한 느낌을 주는 커피가 좋다’는 탤런트 윤은혜(23)를 만났다.

그가 출연한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극본 이정아 장현주·연출 이윤정)은 24일 시청률 26.8%(TNS미디어코리아)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를 기록했다.

커피전문점에 남장을 하고 취직한 은찬(윤은혜)과 커피전문점 사장 한결(공유)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2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14.4%를 기록한 이래 계속 오르고 있다.》

○ 은혜의 은찬 만들기

흥행의 답은 짧은 커트 머리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남자같이 팔자로 걸으며 가슴에 압박붕대를 두른 채 우걱우걱 탕수육 먹는 남장 여자 ‘은찬’을 연기한 윤은혜. 극중 모습이 정말 소년 같아 어릴 때 ‘남자아이 같다’는 소릴 들었을 것 같다.

“한 번도 없어요. 저 맏딸이에요. 사실 남장 여자 역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걱정 많았어요. 은찬을 만들기 위해 남자들의 손동작뿐 아니라 손톱, 손끝, 머리, 눈썹 하나하나 다 관찰했어요. 다리 벌리고 앉고 걷는 모습, 말할 때는 고분고분하지 않고 약간 거칠게 숨을 내뱉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웃음) 신사보다 주변의 덜렁대는 남자를 표본으로 연습했어요.”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역할은 요즘 젊은 여배우들이 기피하는 대상인데, 윤은혜는 자신감이 대단하다.

“두려웠다면 이 작품을 하지도 않았죠.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금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시는걸요.”

사실 윤은혜는 ‘진짜’ 남자 같진 않다. 정말 남자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면 과연 이런 호응이 있을까? 핵심은 남장 여자가 아니라 ‘누가 남장을 하느냐’다. 윤은혜의 독특한 커다랗고 선해 보이는 눈, 동글동글하며 귀여운 인상이 ‘은찬’을 그냥 소년이 아니라 ‘미(美)소년’으로 가능케 했고 이것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게 했다.

○ 톰보이 은혜로 살아가기

부스스한 섀기 컷, 헐렁한 티셔츠, 막 신은 듯한 운동화 등 극중 은찬의 패션은 일명 ‘톰보이 패션’으로 불리며 젊은 여성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패션은 S라인, 섹시 등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반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제 영향이라기보다 꾸임 없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죠. 평소 편안하게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어요. 단 은찬처럼 남자 같은 이미지는 말고(웃음) 여성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입는 방법이 있어요.”

그는 ‘궁’(MBC) ‘포도밭 그 사나이’(KBS) 등 출연 드라마마다 흥행을 기록해 ‘새로운 드라마 여왕’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아직 발성이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윤은혜의 성공 비결은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를 고르는 능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든 연기자가 완벽할 순 없어요. 저의 장점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힘이에요. 드라마가 끝나도 한 달 동안 촬영하는 꿈을 꿔요. 발음 등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연기하는 캐릭터, 그리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 무언가…, 오로지 거기 집중하고 있어요.”

극중 은찬처럼 당차다고 하자 바로 부드러워진 그. 눈물 이야기를 꺼낸다.

“은찬이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기억하시죠. 너무 힘들었어요. 아직 몰입을 할 줄도, 감정을 아낄 줄도 몰라 계속 같은 장면을 찍다 보니 눈물이 바닥나더라고요. 해 본 역할이 적어서 아직 뭘 해 보고 싶다는 말은 이르지만, 무한한 역할이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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